콩가루 수사단
주영하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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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그림을 보자마자 생각난 작품이 있다. 얼마 전 읽었던 주부 탐정단의 이야기가 담긴 전건우 작가의 담긴 살롱 드 홈즈. 당시 광선 아파트 주민인 4인방은 쥐방울이라는 변태를 잡기 위해 더운 날 바바리코트를 맞춰 입고 수사를 했었다. 표지 가득 4명의 주인공이 바바리코트를 입고 등장하니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겼다. (물론 이들과 주부 탐정단의 차이라면 피로 맺어진 가족 탐정단이라는 사실!)

촘촘하게 짜인 추리소설도 좋지만, 우리의 정서에 맞는 추리소설도 참 좋아한다. 한국형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우리만의 느낌을 듬뿍 담은 소설 말이다. 역시나 콩가루 수사단이라는 이름처럼 이 소설 역시 한국형 추리소설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가득하니 말이다.

그렇담 콩가루 가족 수사단의 일원들을 알아볼까?

우선 엄마인 오희례.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이 셋을 버리고 한 남자를 따라 가출했다 돌아온 전적이 있는 동네 오지라퍼. 오희례의 장녀이자 소설가 지망생으로 나름 뛰어난 머리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금은 10년째 은둔형 백수로 지내는 백진주. 뛰어난 외모로 동네 여신이었으나, 이른 나이 결혼 후 남편인 송지석과 이혼한 두 아이의 엄마 백현주. 그리고 청일점으로 형사이자 앞에 말한 세 여자를 부양하고(실제로는 강제로 쳐들어와 살고 있는 거지만) 있는 막내 백현호. 갑자기 쳐들어온 세 여자 덕분에 이 집안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콩가루 집안에 대한 강렬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현호는 콩이 들어간 음식은 죽어도 먹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 콩가루 집안에 큰 사건이 터진다. 바로 현주의 둘째이자, 14개월 된 지우가 어린이집에서 실종된 것이다. 그날은 지우가 처음 어린이집에 등원한 날이었다. 현주의 손을 잡고 등원한 지 오래지 않아 집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지우가 등원을 안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범인의 전화가 걸려온다. 5천만 원의 현금을 들고 범인이 지정한 어린이집 교사 3명이 돈을 가방에 넣어서 범인이 말한 장소에 와야 한다는 것 말이다. 물론 경찰에 신고하면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소식에 현주는 전 남편인 송지석에게 연락해 5천만 원을 구한다. 그리고 범인이 요구했듯이 3명의 교사들에게 돈을 들려보낸다.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면서 범인은 계속 이런저런 요구를 하던 중, 갑자기 전화를 끊는 범인. 현주는 그제서야 동생 현호에게 전화를 걸고, 이미 사건 발생 후 9시간이 지난 경찰은 빠른 속도로 수사를 시작한다. 물론 가족인 현호는 수사팀에서 배제된다. 이런저런 증거를 추적하는 현호와 가족들. 오랜 시간 추리소설을 읽어온 진주와 현호는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지만 범인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은행을 방문해 넋두리를 하던 희례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과연 지우는 콩가루 수사단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연작소설 느낌이 강하다. 콩가루 수사단에 의해 펼쳐지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첫 번째 사건을 해결한 콩가루 수사단은 점점 동네의 사건들로 발을 넓혀나간다. 그 안에는 물론 살인사건도 있다. 7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이지만 읽다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빠져드는 이야기라고 할까? 생활밀착형 추리소설이라는 설명답게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펼쳐지는 콩가루 가족의 추리 속에 빠져 이따 보면 나도 모르게 수사단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무리 콩가루라고 해도 가족은 참 소중하다. 아웅다웅하고, 때론 다시는 안 볼 것 같이 싸우지만, 돌아서면 또 궁금하고 찾게 되니 말이다. 서로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이 가족 또한 그런 사랑이 좀 격하게 표현돼서 그렇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드문드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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