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작가를 잘 모르던 시절, 읽게 된 책이 있다. 한 이야기를 가지고 남자와 여자의 시각으로 된 두 권의 책. 이별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담긴 책을 읽으며 한동안 책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책의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그녀에 대해서는 『냉정과 열정 사이』와 『도쿄 타워』 이렇게 두 권의 소설로 만난 작가라는 것 말고는 가지고 있는 지식이 전무했다. 소설은 작가보다는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보니 더욱 그렇겠지만 말이다. 그녀의 에세이를 접하다 보니 처음 드는 생각은 "특이"하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가진 상상력(과연 상상력일까?^^)이나 생각, 생활습관도 신기했다. 특히 지우개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놀라웠다. 나 역시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보니 정리가 참 안되는 편인데, 작가는 나보다 더 했다. 깨진 물건도 의미가 있기에 보관하고, 쓰다 더 이상 쓰기 힘들어진 몽당 지우개까지 모으고 있다니...!
그런 지우개 통에서 일어난 소리들에 관한 글을 읽으며, 역시 작가는 생각의 차원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들과 함께 유쾌한 웃음이 피어 나왔다.
글자에는 질량이 있어, 글자를 쓰면 내게 그 질량만큼의 조그만 구멍이 뚫린다...
쓴다는 것은, 자신을 조금 밖으로 흘리는 것이다. 글자가 뚫은 조그만 구멍으로.
저자의 이 글에 나 역시 상당히 공감한다. 나는 저자처럼 책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서평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내 이야기, 내 삶의 추억이나 비슷한 경험들을 서평에 담게 되는데 그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생각을 글로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저자는 생각을 글로 이렇게 예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왠지 저자와 통했다는 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내가 접했던 두 권의 소설 모두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깔려 있어서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대한 이미지가 조금은 우울? 어둡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에세이를 읽다 보니 의외로 귀엽고, 세심하고, 밝은 작가였구나! 하는 생각 또한 해보게 되었다. 읽고, 쓰고, 자신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그녀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니 꾸준히 그리고 잔잔하지만 시간을 담백하게 보내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 들었다. 다음에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책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지금의 이미지를 담아서 읽어보고 싶다. 조금은 색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