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꼭 터무니없다고 할 수는 없어.
매슈는 서식스 홀 교사고, 더스틴 밀러도 그 학교에 다녔잖아.
웨스트 다트퍼드로 이사 온 헨리에타 머주어와 로이드 하딩은 동네 파티에 초대된다. 아이가 있는 대부분의 가정 들 속에서 유일하게 아이가 없는 미라와 매슈 돌라모어 부부를 만나게 된다. 파티에서 만난 미라 부부는 헨 부부를 정식으로 집으로 초대한다. 딱히 가고 싶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가운데 결국 헨과 로이드는 미라의 집으로 향한다. 집을 둘러보다 헨의 눈이 꽂힌 곳이 한군데 있었다. 바로 매슈의 장식장에서 보게 된 트로피다. 그것도 펜싱 트로피 말이다. 펜싱 트로피를 보는 순간 헨은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바로 옛 기억을 소환하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헨이 살던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당시 살해당한 사람은 더스틴 밀러라는 남학생으로 펜싱 선수였다. 그런 그가 살해되던 날, 목격자는 없고 더스틴 밀러의 지갑과 노트북 그리고 펜싱 트로피가 사라진다. 근데 그 트로피를 매슈의 집에서 보게 된 것이다. 더스틴 밀러가 다녔던 학교 서식스 홀의 교사인 매슈. 그리고 트로피. 헨은 매슈가 범인이라는 직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미라에게 인테리어 조언을 핑계로 집을 다시 방문한다. 하지만 트로피는 사라졌다. 어디로 간 것일까? 트로피가 사라지자 헨의 의심은 더욱 커져가게 되고, 매슈가 또 다른 살인을 벌일 거라는 생각에 매슈를 지켜보기 시작하는데...
헨이 트로피를 유심히 볼 때 매슈는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알았다. 자신이 살해했던 더스틴 밀러 사건에 대해 헨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헨 부부가 떠난 다음 매슈는 트로피를 치우고자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자신임을 알 수 없는 다른 물건들과 함께 주말 학교로 향한다. 가끔 매슈가 조언을 해주는 여교사 미셸 또한 학교에 있다. 그녀는 남자친구이자 밴드 가수인 스콧 도일 때문에 고민이 많다. 왠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데,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이다. 미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매슈는 다시금 흥분에 휩싸이게 된다. 과거 더스틴 밀러를 살해한 이유는 그가 코트니 치를 강간했기 때문이다. 그는 죽어 마땅한 놈이었다는 것이 매슈의 생각이다.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매슈는 스콧 도일의 공연을 보고, 그를 미행하다 미셸과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매슈는 무기를 챙긴 후 스콧 도일이 혼자 있을 시간을 노리고 결국 실행에 옮긴다. 근데! 스콧 도일을 살해하는 장면을 헨이 보고 있었고, 헨과 매슈는 눈이 마주치게 되는데...
초반부터 범인이 명확하게 밝혀진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범인을 추적해가면서 스릴을 느끼는데, 어찌 보면 처음부터 범인이 밝혀져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봤다. 근데 매슈와 헨의 시선에서 사건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그들의 감정선을 교모하게 교차시킨다. 그리고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주변 인물들과 촘촘하게 엮어가기 시작한다. 당연히 추리소설의 묘미인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과거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매슈와 폭력적이고 여성편력이 있는 아버지를 닮아가는 동생 리처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과 예민한 감정을 지닌 헨리에타. 한 장 한 장 읽어갈수록 그들의 시선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그들은 세상에 더 많은 불행을 퍼뜨렸을 겁니다.
그런 자들을 세상에서 삭제하는 건 곧 세상에 행복을 더하는 겁니다.
매슈의 어머니. 그리고 헨리에타. 그녀들은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