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뒤에 오는 것들 - 행복한 결혼을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
영주 지음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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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지를 논의하고, 요리학원도 등록했다.

그러나 정작 결혼이란 무엇인지, 부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내와 남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떻게 우리의 가정을 만들어갈지,

새롭게 살아갈 낯선 시가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지 고민하지 않았다.

단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꿈같은 결혼을 상상했다.

나는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결혼은 꼭 해야 하고, 아이도 꼭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다 보니,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나이에도 변변한 연애한 번 제대로 못한 사실이 불안했다.

'이러다 나 결혼 못 하는 거 아냐... ㅠ' 인연이란 게 있는지, 남편과 만나 5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모든 게 핑크빛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결혼생활은 보기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생각보다 자주 올라오시는(보통 2개월에 한 번 일주일가량 계신다.), 시어머님이 주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오셔서 "시"를 행하진 않으신다. 때론 친정엄마 보다 더 날 생각해 주시기도 하고, 일하고 들어온 며느리 힘들까 봐 아이 픽업까지 해주신다. 본인 몸이 많이 아프시지만 많이 힘든 며느리를 위해서... 하지만 오시는 것 자체가 내겐 스트레스다. 오실 때마다 냉장고 청소.... 와 함께 이어지는 잔소리ㅠㅠㅠㅠ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원래 예민한 성격이긴 했지만, 내 몸이 받아들이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숨을 못 쉬어서 심장 초음파도 해봤고, 이석증, 어지럼증, 응급실행도 여러 번... ㅠ)

초반에는 시댁과 구성원들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읽다 보니 단지 "시"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남편의 문제였음을 알게 된다.(가장 큰 문제는 나! 지만...) 처음부터 잘못은 우리에게 있었다. 결혼생활도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다. 누구나 첫인상을 좋게 가지는 것,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로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내가 내 발 등을 찍게 되는 것이다. 가정의 울타리를 세우고, 독립하는 것. 어쩌면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인간의 감정의 동물인지라 그 복잡 미묘한 부분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무 자르듯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ㅠ), 시간이 갈수록 악화일로가 될 뿐이다.

나 역시 초반에 과도하게 잘 보이고 자 하는 생각이 있다 보니, 나와 다른 성향(싹싹하고, 스킨십 잘하고, 밝은 며느리?)의 모습을 오버해서 보였던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본 모습이 등장했고, 처음의 모습을 내 모습으로 안 시부모님은 내게 책 속 인물과 동일하게 " 너 변했다."라는 말을 던지셨다.

결혼생활은 누구의 삶도 아닌 내가 사는 삶이다. 누구에게 잘 보일 것도 없고, 내 단점을 감출 필요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영역을 명확하게, 배우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마치 그동안의 내 보호자가 부모님에서 남편으로 바뀐 듯이 모든 영역을 남편에게 맞추다 보니 거기서부터 트러블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지극히 실제적이다. 내 발 등을 찍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저자의 말을 빌러 대놓고 던진다. 마치 '네가 그렇게 살았잖아.'라는 느낌의 말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근데, 지금 찔린다고 피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 아마 결혼한 기혼여성이라면 공감할만한 노하우들도 등장한다. 지금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결혼생활 중이라도 다시금 바로잡을 수 있는 실제적인 조언들이 많이 등장하기에, 결혼생활에 대해, 여러 관계 속에서 힘겹다면 꼭 정독해볼 만하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결혼생활이지만, 나 역시 생각보다 많은 기간을 방향을 놓친 채 살았던 것 같다. 이제라도 바로잡을 수 있어서(물로 그러려면 상당한 용기와, 배짱 그리고 철판이 필요하다.) 다행이다. 착하지도 않으면서 착한 척하느라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저 내 모습을 인정하고, 내 자리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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