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휘두르고 고함을 지르는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복종하며 스스로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어머니,
좁고 허름한 집, 늘 똑같은 식사와 똑같은 옷, 둘이 나눠 쓰는 학용품,
게다가 게임도 스마트폰도 없이 하루하루 살다 보면 기분이 암울해질 따름이다.
그런 생활이 기본이었던 우리에게 1년에 하루라고는 하나
남과는 다르게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정신적인 구원이었다.
쌍둥이는 여러 가지로 통한다고 한다. 같이 아프거나, 위험한 순간을 느끼거나... 의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이다. 근데, 이 책에 등장하는 쌍둥이는 좀 더 특별하다. 매년 생일이 되면, 2시간 단위로 그들은 서로의 위치로 순간 이동을 한다. 그 능력을 깨달은 건 5살이 되던 해였다. 쌍둥이를 때리는 남자(실은 아버지지만)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순간 유가는 혼자 생각을 한다. 기름을 몸 가득 묻히면 남자가 자기를 잡지 못하기에, 도망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자꾸 도와달라는 이야기가 들리던 그 순간 갑자기 몸이 뒤바뀐다. 그렇게 후가와 유가는 남자에게서 도망치지만, 갈 곳 없는 둘은 결국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ㅠ
쌍둥이라지만, 둘은 많은 것이 다르다.(생긴 것만 같을 뿐) 공부를 좋아하는 유가. 운동을 좋아하는 후가. 역시 성격도 정반대다. 그런 그 둘이 뭉쳐져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중 한 사건이 와타보코리라고 불렸던 친구와의 이야기였다. 학교의 일진인 히로오 도모야 일당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가난한 와타보코리. 그날도 와타보코리는 히로오 일당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비싼 전자기기를 빼앗긴 와타보코리. 그리고 빼앗은 기기를 손이 미끄러졌다는 이유로 떨어뜨린 히로오. 순간 히로오의 모습에서 자신들을 괴롭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본 후가는 히로오를 향해 돌을 던진다. 그렇게 나름의 복수를 했던 쌍둥이다.
재활용업체에서 알바를 하던 쌍둥이는 주인인 암굴 아줌마가 버린 진하고 연한 붉은색 액체가 잔뜩 묻은 곰돌이 인형을 들고 가다 책가방을 메고 가출한 여자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소녀에게 부적이라는 이유로 인형을 준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쌍둥이 형제는 그 소녀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서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전달한 인형이었는데, 마치 붉은 액체가 피같이 보였던 인형처럼 소녀 역시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하지만 소녀와 곰인형 사이에 그들이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하는데...
이번에 두 번째 만나는 이사카 고타로 작가는 흥미로운 내용만큼이나 다작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생일 때마다 2시간 간격으로 순간 이동을 한다는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쓴 걸 보면 역시 명성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접했을 때 이게 무슨 뜻일까? 어안이 벙벙했지만, "후가= 유가"만큼 내용을 잘 담고 있는 간단 명료하게 제목을 요약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살인, 뺑소니... 상당히 거북하고 무거운 주제가 가득하지만, 쌍둥이 형제 덕분에 조금이나마 속 시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