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열린책들 세계문학 248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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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두꺼운 분량의 장편소설이다.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만(사실 내가 아는 작가는 몇 명 안되기도 하다만...) 스파이 소설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물론 명성에 비해 국내에 발표된(번역된) 작품은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 걸 보면 이름이 낯선 것도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류는 자주 접했지만, 스파이 소설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었나? 싶었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스파이들이 많은 활약을 벌였던 냉전시대에 많이 발표되었거나,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 속 이야기 역시 1920~30년대이고 소련이라는 나라의 이름이 등장하는 걸 보면 그 시대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 맞는 것 같다.

제목에 등장하는 디미트리오스는 누구일까?

영국 대학의 정치경제학과 조교수이자, 추리소설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찰스 래티머. 자신의 본업인 교수보다 작가로 더 활약하는 그인지라, 결국 그는 교수를 그만두고 추리소설 작가로 전직한다. 새로운 작품의 집필을 위해 떠난 이스탄불에서 우연히 차베스 부인에 파티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된 군인 하키 대령은 래티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던지는 한 마디.

"선생님, 혹시 이번 주 안에 저와 점심 식사 한번 하실 수 있을까요?"

그러고는 아리송한 말을 덧붙였다.

"어쩌면 제가 선생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 한마디가 이 소설의 시작을 알린다. 그렇게 하키 대령을 다시 만나게 된 래티머는 대령이 쓴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하키 대령이 던진 또 다른 한마디.

"혹시 진짜 살인에 관심 있으신지 궁금하군요, 래티머 선생님."

그렇게 래티머는 하키 대령에 의해 들은 범죄자 디미트리오스의 늪에 빠지게 된다. 물론 하키 대령은 디미트리오스가 벌인 일의 대략적인 개관과 함께 그가 얼마 전에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디미트리오스의 사체를 함께 본 래티머는 그렇게 16년 전 디미트리오스가 처음 정체를 드러낸 터키 이즈미르로 떠난다. 그리고 하키 대령이 준 자료를 토대로 추적을 시작하는데...

강도, 살인범, 국제 스파이, 마약밀매단... 디미트리오스가 저지른 법 죄명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한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이다. 지금처럼 전자화되어 있지 않은 시대인지라, 생각보다 위조도 쉬웠다지만 신출귀몰한 그의 모습을 따라가는 래티머를 따라가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인물들을 통해 디미트리오스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에릭 앰블러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는데, 그가 책을 통해 만들어가는 인물들은 참 촘촘하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세밀한 묘사와 설명 덕분의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시대상과 타 문화임에도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피터스라는 인물이 기억에 남는다. 디미트리오스의 옛 동료로 그려지는 피터스는 상당히 이중적인 인물인데, 그가 하는 행동이나 이야기를 통해 내 안에도 이런 모습이 있겠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자신이 벌인 잘못을 합리화하는 모습에서도 역시나 익숙한 냄새가 나니 말이다.

디미트리오스라는 인물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지만 여러 인물들을 통해 또 다른 재미와 스릴을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교수 출신의 유명 작가 래티머가 벌이는 의외에 허당짓 또한 맛볼 수 있다는 사실도 나름 매력 있다. 스파이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또 다른 추리소설의 맛을 알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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