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유명한 작가이지만, 나는 미야베 미유키(일명. 미미 여사)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다. 주위에서 워낙 마르고 닳도록 들어서인지 처음 만남에도 익숙한 듯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이 무엇을 의미할까? 보통의 제목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으니 말이다. 근데, 이 제목은 뭔가 철학적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기도 하기에 내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물론 읽다 보니 이보다 절묘한 제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의 제목이지만... 나는 앞 이야기 들에도 이 제목이 자꾸 적용이 되었다.)
사설탐정인 스기무라 사부로는 딸 하나를 둔 이혼남이다. 사설탐정으로 저명한(?) 사람은 아닌지라, 찾아오는 의뢰인을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어느 날, 한 부인이 소개를 받았다며 사건을 의뢰하러 온다.
그녀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시집간 딸에 대한 이야기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란 유비는 사사 도모키라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유비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도모키가 벌어오는 집으로 살림을 끌어가기 쉽지 않았기에 가끔 친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문제는, 딸이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이다. 평소 딸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기에 하코자키는 불안하기만 하다. 며칠 후 전해진 소식은 딸이 자해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사위를 통해 어렵게 전해 들은 소식에 하코자키는 패닉에 빠진다. 남편은 동일본 대지진 사건 때문에 바쁘고, 아들인 다케시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사위인 도모키는 유비의 자해가 바로 어머니인 하코자키와의 불화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며, 유비와의 면회를 막는다. 결국 하코자키는 사설탐정 스기무라에게 딸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사건을 의뢰한 것이다.
스기무라는 사건을 파헤쳐 가는 와중에, 유비의 남편 도모키가 학교 졸업 후 하키팀인 팀 트리니티에서 활동했다는 사실과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뭔가 이상한 꼬투리를 잡게 된다. 하나하나 추적해 가던 중, 하키팀의 감독이자 실제적으로 모든 것을 지휘하는 선배 다카네자와 데루유키라는 사람이 함께 있는 팀원들의 집에 들이닥쳐 부인에게 술시중을 들게 하는 등 난잡한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중 같은 팀에 있는 다마키 고지의 아내가 10월 4일 사고사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스기무라는 유비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10월 2일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수사를 진행해나가는데...
웃기지 마. 여자 주제에 건방져. 그런 태도가 용납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
과연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 가능한 이야기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선배라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읽는 내내 속이 쓰리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이라면 이런 분위기가 가능한 걸까? 물론 우리나라 역시 얼마 전 원작이 영화화된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가 여러 가지 생각을 자아내게 만들긴 했지만, 차원이 다른 상황 속에 빨려 들어가다 보니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 이야기가 워낙 강렬해서 그런지, 뒷이야기들에서는 감정적 동요가 덜하긴 하지만 미미 여사에 대한 첫인상을 진하게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웃이 강추했던 미미 여사의 모방범 시리즈도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