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순정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요 근래 추억을 소환하는 이야기들이 종종 등장하는 것 같다. 70-80세대의 통기타 음악을 들으며 자신들만의 추억을 향유하는 세대를 보며 내심 부러웠는데, 요즘은 90-00세대들을 위한 탑골 가요 등의 옛 추억거리나, 장난감 등을 보면서 세대 안에 동질감도 추억도 되새기게 되는 것 같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물건들을 볼 때면, 한때의 기억과 더불어 그만의 감성을 채우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어린 시절 내 모습과 친구들을 강제 소환하기도... ㅎ

개인적으로 나는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동생이 윙크 등의 만화잡지를 잘 찾아서 봤던 것 같다. 물론 나도 가끔 얹어서 보긴 했지만...;;; 저자가 이 책에 등장시킨 만화의 발행연도를 보니, 사실 모를 수밖에 없는 것들도 상당수 있긴 하다.(90년대 초반 작들은 아마도 대부분... ㅠ) "순정만화"라는 장르에서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작품이라면 책보다는 만화로 많이 경험한 작품들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베르사유의 장미나 비밀의 화원 같은 작품처럼 말이다. 내 머릿속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은 예쁘고 잘생기고(미소녀. 미소년들) 눈이 크고 초롱초롱하고 오뚝한 콧날을 자랑하는 인물들이다. 하나같이 늘씬하기도 하고, 멋진 말들을 쏟아내기도 하면서 말이다.

 
 
 

생각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만화 중 제목을 들어본 작품이 2개(인어공주를 위하여, 오디션) 뿐인지라, 저자의 설명과 만화를 보며 오히려 순정만화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된 것 같다. 나 역시 순정만화하면 조금은 뻔한 신파의 이야기들(청순가련한 여주인공, 눈물 등)만 떠올랐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순정만화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고(때론 파격적이기도 한), 선명한 주제도 들어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름의 지식적 요소들(우리나라 만화임에도, 작품에 등장하는 시대가 프랑스혁명, 페르시아제국 시기 등)이 상당히 내포되어 있다는 것 또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만화는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들을 무참히 깨 부실 수 있었는데... 어른들은 왜들 그러셨을까?ㅠ)

생은 때로는 격한 투쟁, 또한 때로는 잔인한 전쟁.

외길을 걷는 인간은 미래를 모른다.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 것이다.

때로 그 의미가 처절한 슬픔을 내포한다 해도.

지금에서야 순정만화를 통해 한결 성숙한 생각을 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처럼 그 당시에 봤을 때의 느낌과 나이가 들어서 본 순정만화의 느낌은 많이 다를 것 같다. 보다 많은 경험을 하기도 하고, 사회 속에서 떼가 묻기도 했기 때문에... 그럼에도 당시의 감성을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되기도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보지 못한 순정만화가 대부분이기에, 정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 또한 해봤다. 특히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라는 만화는 꼭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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