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 - 은퇴, 여행하기 딱 좋은 기회!
안정훈 지음 / 라온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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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의 아이의 1,000일이 되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먹이고 입히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재우고...

1,000일이란 시간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필요를 2순위로 재껴두었던 시간이었어서 그런지, 참 쉽지 않고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은퇴한 65세의 저자가 장장 729일간 세계를 돌며 여행을 했다.

1,000일에 비해 짧지만, 2년에서 하루가 빠지는 그 기간 동안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 그것도 젊은 사람도 아니고, 환갑이 지난 (만 65세면 지하철도 무료인데?!) 저자의 여행기라서 그런지 다른 어떤 여행기보다 궁금하고 기대도 되었다.

첫 여행지인 러시아를 선택하고, 여행에 떠난 이유부터가 놀라웠다.

보통의 여행은 상당히 빡빡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할 텐데, 저자의 경우 동창들이 함께 하기로 한 여행이 미뤄졌는데 이미 3주간의 휴가를 냈기 때문에 아까워서 여행을 떠났단다.

그리고 러시아를 택한 이유는 닥터지바고에 등장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서였다니...!

한 가지 다른 배낭여행자와 다른 점이라면... 중후한 나이 덕분에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마 그래서 저자의 글에서 더 배짱이 느껴진 것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겁이 많기도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실제 여행보다 책을 통한 간접 여행을 더 자주 하고 있는데 여행 에세이나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생각보다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언어도, 인터넷 검색 역도, 체력도 젊은이에 비해 부족했지만 가는 곳마다 도움의 손길을 베풀어준 현지인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여행은 적금 타서 떠나는 게 아니라 적금 깨서 떠나는 거야. 다리 덜릴 때 떠나지 말고 가슴 떨릴 때 떠나야 해.

지금이 너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순간이야. 지금 떠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러시아에서 시작된 여행은, 발칸반도를 보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 덕분에 계속 이어진다.

(물론 3주의 휴가에서 사표를 제출하는 것으로 이어졌지만...;;)

물가가 비싸서 부담스러웠던 북유럽 4개국,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서 좋았던 발트 3국, 위험해서 모로코만 가고 중단한 아프리카 여행, 여권을 잃어버렸지만 마음에 들어 장기간 머물렀던 쿠바와 멕시코, 인종차별을 경험했던 호주, 그리고 히말라야 등반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나 역시 729일간의 여행을 단숨에 할 수 있었다.

내가 한 여행도 아니고, 타인이 한 여행임에도 여행길을 따라가다 보니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면 나 또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이런저런 어려움에 처한 이야기에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사실 729일이라는 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기에는 마냥 아쉬움이 느껴졌다.

또한 대부분 여행기의 경우 사진이 많이 담겨있는데, 저자의 책에는 그림 스케치가 어우러져서 또 다른 맛이 있었던 것 같다.

2020년 4월(이번 달이다.)에 물가가 비싸서 최소한의 여행만 하고 건너뛰었다고 하는 북유럽으로 다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다음 책에서는 어떤 여행기로 만날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된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이야기처럼, 이 나이에...라는 생각을 접었을 때 여행은 저자에게 또 다른 꿈과 기회를 만들어줬다. 나 또한 짧은 여행이라도 우선 경험해봐야겠다.

무섭다고 피하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못 벗어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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