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면
오사키 고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친한 이웃의 집에 우연히 뭔가를 돌려주러 갔다가 죽어있는 이웃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복도식 맨션 엑셀 빌라 사쿠라 공원에 사는 50대 중반의 스루카와 유사쿠는 며칠째 방 정리를 하고 있다.

번번이 정리하다가 딴생각. 딴짓을 하다가 정리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여러 번이다 보니,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간다.

큰맘 먹고 잡지를 정리하다가 구시모토에게 빌린 카메라 잡지를 발견한 유사쿠는 늦은 밤이 아니기에, 잡지를 들고 502호로 향한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어 혹시나 해서 손잡이를 돌리는데 문이 잠겨있지 않다.

구시모토를 부르며 들어간 집안 거실에 쓰러져 있는 구시모토를 발견한 유사쿠는 구시모토의 시신 앞에서 바로 신고하기 보다 고민을 하며 집을 나선다.

그런 유사쿠의 집으로 찾아온 한 고등학생 히로토는 유사쿠가 구시모토의 집에 들어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증거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해온다. 구시모토의 집에 떨어뜨린 수첩을 가져다주면 동영상을 지우겠다고 말이다.

결국 찝찝한 마음을 가다듬고 유사쿠는 다시 구시모토의 집으로 들어가 수첩을 가지고 오지만, 수첩에 껴 있는 몇몇 개를 제외하고 히로토에게 전달한다.

다음 날, 구시모토의 사체를 신고하고자 마음을 먹은 유사쿠와 히로토는 502호로 향하지만 어젯밤에 쓰러져 있던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유사쿠가 방문했을 당시 식탁 위에 놓여있던 두 잔의 꽃무늬 잔도 사라진다.

도대체 시신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사람이지만 누구에게는 긍정적이고 좋은 이미지로,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이고 나쁜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다. 모두가 같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공 유사쿠에게 구시모토는 참 좋은 이웃이었다. 여유 있고, 넋두리도 잘 들어주고,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이웃 말이다. 또한 그가 보기에 구시모토는 귀찮을 법한 조카에게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같은 맨션에 아이 엄마들에게 구시모토는 유사쿠가 생각하는 좋은 이웃이 아니었다.

구시모토 사건에 궁금증을 느낀 콤비 아닌 콤비 유사쿠와 히로토에 의해 구시모토의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

구시모토가 좋은 사람, 좋은 이웃이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는 유사쿠는 구시모토가 생전에 연결된 사건에까지 가닿게 된다. 동영상을 핑계로 어린 나이에 어른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휘두르는 히로토 역시 그 안에 말하지 못하는 상처가 있다. 물론 50대에 백수인 유사쿠도 별반 차이가 없긴 하지만...

문을 열면.

처음에 맞닥뜨린 이야기는 살벌하지만, 이야기가 이어갈수록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내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같은 때에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적어도 각박하지만은 않은... 생각지 못한 따뜻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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