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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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바주호텔 128호.

주인공 안느 리즈 브리아르는 우연히 128호에 묵었다가 오래된 한 권의 원고를 발견하게 된다.

호기심에 원고를 읽은 리즈는 소설 속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그 원고를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다행히 소설 뒤 켠에 저자로 보이는 사람의 주소를 발견한 리즈는 원고를 보내게 되고, 저자 실베스트르 파메에게 연락이 온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편지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30년 만에 잃어버린 원고를 찾은 실베스트르는 자신이 쓰지 않은 뒷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리즈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리즈 역시 뒷부분은 또 다른 저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원고의 뒷부분 저자를 찾기 시작한다.

사실 안느 리즈의 실행력에 상당히 놀라웠다.

적극적인 그녀의 성격이 한몫했겠지만, 그녀를 움직인 것은 어디까지나 실베스트르의 원고가 그녀에게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고가 128호실에 오게 된 과거를 되짚어가면서 그녀를 비롯한 협력하고 보관했던 사람들은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된다.

과연 요즘 같은 세대에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한다.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것에 인색한 사회 속에서 과연 리즈 같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결코 낭비가 아니었다.

리즈와 이 모든 일에 큰 도움을 준 리즈의 친구 마기.

부인과 4년 넘게 별거 상태이자, 원고를 잃어버린 후 상실감에 이런저런 우울증에 빠졌던 원작자 실베스트르.

실베스트르의 작품 뒷부분 완결을 지은 윌리엄.

윌리엄의 어머니와 그녀의 연인이었던 다비드.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저자 클레르까지...

리즈와 마기는 원고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을 찾으며, 그들이 자신들이 경험한 삶의 위로와 변화를 같이 나누길 원했다. 저자는 극도로 반대하고, 두려워하던 결과들이 아닌(실패나 지적에 대한) 그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겪은 긍정적 변화들 말이다.

어떻게 보면 피 튀기고, 각종 범죄들이 등장하는 추리소설들에 비해 너무 잔잔하고 조용하고 깨끗하다.

자극적인 작품들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라면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주고받았던 편지 속에 빠져있다 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 묵직하고 감동적인 순간순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궁금증에서 출발한 작은 행동이 모두에게 행복의 기운을 다시금 일깨워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이 책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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