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 김희재 장편소설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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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 가서도 여운이 상당하다. 그만큼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길지 않고, 크지 않은 소설이 주는 파급력 치고는 너무 놀라웠다.

아이 엄마라서 그런 것일까? 서원에게, 정진에게, 승우에게 그리고 원우와 혜수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대학 CC인 서원과 승우.

둘은 같은 아픔을 공유했어서 그런지, 다른 누구보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지켜가고 있었다.

다행히 졸업 후 진로와 자신들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주고받을 정도로 인생에서 서로의 자리를 굳건하게 만드는 사이였다. 그러던 승우가 갑자기 사라졌다. 서원의 인생에서, 이 세상 어디에서도...

서원은 살 수 없었고, 숨 쉴 수 없었지만 그가 그녀에게 남기고 간 뱃속 아이를 포기할 수 없어서 버티고 버틴다.

하지만 서원에게 승우의 존재는 세상 어떤 것보다도 강하고 진했기에 그녀는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들다.

결국 찾아간 승우의 회사에서 대표인 혜수에게 숨 쉴 만큼의 위로를 받고 돌아가는 날, 로비에서 쓰러진다.

다행히 임산부인 서원이 쓰러지기 직전 받아낸 정진 덕분에 서원은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진다.

첫 만남부터 서원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 정진은 서원을 살뜰히 챙긴다.

그리고 그렇게 서원이 가진 상처와 고통을 동창 혜수에게 전해 들은 정진은 서원과 승우의 사랑이 놀랍기만 하다.

전형적인 공대 남자인 정진은 사랑의 감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 서원에게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고, 서원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한 그 집에서 서원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근데 집을 본 서원의 눈빛이, 처음 보는 집의 구조나 위치를 와봤던 사람처럼 아는 그녀가 이상하다.

하지만 프러포즈를 받아줬다는 기쁨에 정진은 그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은 접어둔다.

집안의 모든 시스템이 사물인터넷화되어서 최첨단이다. 세상에 이런 집에 살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눈이 간다.

그런 집에서 살고 있는 서원과 정진. 그리고 또 한 남자.

바로 승우가 돌아왔다. 내 승우가 돌아온 것이다. 서원은 불안해졌다. 처음처럼 갑자기 승우가 떠나버릴 까봐, 그가 또다시 사라질까 봐 불안하다. 그래서 서원은 승우를 놓칠 수 없다.

결국 서원은 정진에게 아들 원우와 함께 2층을 쓰겠다고 이야기하고, 모든 것을 2층으로 옮긴다.

원우를 바라보는 정진의 눈빛은 씁쓸하다.

다른 남자의 아이라서 그런 것일까? 너무 차갑기만 한 정진을 바라보며 서원 또한 감정이 좋지 않다.

한편, 승우와 원우. 셋이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정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긴 하지만, 승우와 함께 하는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정진이 돌아올 때가 되면 서원은 먹은 걸 다 게워내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근데, 승우가 점점 변해간다.

정진과 잠자리를 하고 올라온 서원에게 냉랭하다. 정진이 사라졌으면 하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고마워하던 정진의 존재를 자꾸 없애고, 셋이서 살길 원한다.

그럴수록 서원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급기야 승우는 정진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려고 하는데...

역시 미스터리 소설답게 마지막 반전이 크다.

그 반전이 상상 이상인지라, 한참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소설 속 등장하는 현대적인 집만큼이나, 이 모든 것이 설마...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사랑이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집착으로 변하는 것일까?

서원과 승우의 사랑도, 서원과 정진의 사랑도, 서원과 원우의 사랑도...

그럼에도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랑의 존재에 숨 막히도록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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