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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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식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묘하게 마음이 들썩거렸다.

자신의 마음 한 귀퉁이에 있는 오래된 문을 누군가 노크한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코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심코 마음의 빗장을 열어버릴 것만 같았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어느 날, 세 남매는 부모님 모르게 집을 나선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여를 기다리지만, 기다리던 별똥별은 보지 못하고 막내인 여동생 시즈나는 잠이 든다. 결국 큰형 고이치는 시즈나를 업고, 둘째 다이스케는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불 켜진 집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 고이치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가 참혹한 관경을 목도한다.

아버지 유키히로와 어머니 도코가 칼에 찔린 채 죽어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삼 남매는 고아가 된다.

부부 살해 사건을 맡게 된 가시와바라 형사는 유독 삼 남매 사건에 관심이 많다.

함께 수사하는 수사관의 의견을 번번이 묵살하면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이혼 후 볼 수 없는 아이를 가진 아빠로 그 감정이 고스란히 이입되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삼 남매를 맡아줄 친척은 없고, 얼마 남은 유산도 이름 모를 친척들에게 빼앗긴 세 아이는 그렇게 고아원에서 자라게 된다. 고아원을 향해 떠나는 날, 고이치는 동생들에게 부모님을 기억할 유품 하나씩을 챙기도록 한다. 그리고 본인은 아버지의 하이라이스 비밀 레시피가 적힌 낡은 공책을 챙겨 나온다.

부모의 보호가 없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그렇듯이 그들에게도 세상은 참 시리도록 매섭다.

한 번 제대로 살아보고자 하지만, 고이치도, 시즈나도 사기를 당한다.

시즈나가 당한 사기 앞에, 고이치는 살아남기 위해 자기들이 사기를 치는 사람이 되기로 한다.

그렇게 삼 남매는 세상에 맞서기 위해 사기꾼이 된다.

시즈나의 미모와 고이치의 뛰어난 두뇌, 다이스케의 연기력이 합쳐지자 속아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고이치의 레이더망에 걸린 도가미 유키나리.

도가미 정 식당의 후계자이자 준재벌인 남자. 자신의 체인점 준비에 빠져있는 그를 향해 이번에도 시즈나가 접근한다. 그를 만나면 만날수록 그동안의 사기와는 달리 시즈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도가미 정의 새로운 체인점에서 선보이기로 한 도가미 정 하이라이스를 먹은 시즈나는 뭔지 모를 이상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과거 아빠가 해준 그 하이라이스 맛 그대로다. 향까지...

그리고 도가미 유키나리의 아버지인 마사유키를 본 순간 다이스케는 옛 기억이 떠오른다. 부모님이 살해되던 날 반대쪽으로 뛰어가는 그 남자. 그 남자가 바로 마사유키였던 것이다.

과연 삼 남매는 자신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은 범인을 상대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1권에서는 삼 남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사기를 치기 시작한 배경들이 등장한다.

언제나 냉철한 모습을 잃지 않는 고이치에 의해 범인을 향한 증거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이야기는 1권 말미부터 이어지는데, 그 모든 계획이나 분위기들이 꼼꼼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밖에서 보는 가정과 안에서 보는 가정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있어서 빚이 상당했다는 이야기, 세 남매 가정이 사실은 재혼가정이었고, 부모님은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가 시즈나의 생부 때문이었다는 사실까지...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여러 가지 생각에 가닿았다.

도가미의 재력을 노리고 큰 사기를 위해 다가왔지만, 자신의 가정을 철저히 무너뜨린 범인으로 마사유키를 지목하고 복수를 향해 가지만, 그 과정에서 막내 시즈나가 마사유키의 아들 유키나리를 사랑하게 된다.

인연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는 긍정적이다.

마냥 둘 사이의 사랑(유키나리와 시즈나)이 이대로 끝난다면, 로미오와 줄리엣과 무엇이 다를까?(원수를 사랑한... ㅎ)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있다. 당연히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범인이 아니기에 허를 찔린듯하지만 그럼에도 또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 특유의 살인사건 속에 묻어난 인간의 감정을 촘촘하게 잘 엮어낸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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