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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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내용이 묘하게 겹쳐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고기보다는 채소를 즐겨먹는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고기를 즐기지 않는 집안 분위기 덕분에, 삼겹살은 한 달에 한두 번? 거의 외식 개념으로 먹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단맛도 즐기지 않다 보니 과일보다는 오이. 당근. 무 같은 채소 먹는 게 더 좋다.

야채는 계속 먹힌다거나, 중독이 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먹다 보면 참 맛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바로 이 맛이 이 책과 닮았다는 것!

일본의 배경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생경한 용어들에 대해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야채가 어디 등장하는 건가? 왜 야채에 미친 건가?에도와 오사카가 그렇게 다른가?

일본 작품을 만날 때마다 지명이나 등장인물 등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배경 또한 현대가 아닌지라 더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먹다 보면 익숙해지는 야채처럼, 중반에 들어가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사무라이였던 남편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과부가 된 지사토.

시댁도 시동생도 지사토를 거둬줄 형편이 안되다 보니 자신이 살던 에도를 떠나 오사카까지 온 지사토는 취업을 하는 족족 잘리게 되고, 자신이 머무는 방세조차 내기 힘든 상태가 된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의 주인집 큰아들인 세이타로를 만나게 되고, 지사토의 형편을 들은 세이타로는 자신의 집안일을 거들라고 보낸다.

그렇게 상인회 대표의 마나님인 시노의 하녀가 된 지사토.

먹는 걸 좋아하는 그녀가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은 하인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뿐이다.

한편, 야채에 미친 세이타로. 얼마나 야채를 좋아하냐면...

국에 들어간 파의 맛만 봐도 이게 어느 지역 파인지 구분을 한다.

하는 짓은 허당이지만, 야채에 푹 빠져 있기에 야채 이야기만 나오면 집중력이 높아지니 말이다.

그런 상인회에 문제가 생긴다.

바로 독점에 가까운 이익을 내는 상인회와 실제 야채를 생산하는 농부들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자신이 생산한 야채들을 다 소비하지 못해 결국 가지고 나온 농부들이 길에서 야채를 팔기 시작하고, 상인들은 그런 행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급기야 처벌 등의 단체행동을 벌일 지경에까지 이른다.

야채를 너무 좋아하는 상인회 대표의 아들인 세이타로는 그런 상인회의 독점거래가 옳지 않다 생각하고,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가려 하지만 그런 세이타로의 생각을 막는 무리들이 생기게 되는데...

세이타로가 지혜롭게 상황을 해결해 가는 상황도 재미있지만, 뜻하지 않은(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핑크빛 로맨스도 볼만하다. 음식을 좋아하고, 야채를 좋아하는 두 주인공이기에 야채 이야기뿐 아니라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기에 나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지사토가 결국 고향인 에도로 돌아갈 결정을 내렸을 때, 그녀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모를 흐뭇함을 느끼기도 했고, 지역 유지인 상인회 집안의 큰아들임에도 과부인 지사토와의 사랑을 응원해주는 모습이 상당히 놀라웠다.

(현대의 신분 차이 막 이런 걸 들먹이며 봉투를 집어던지는 대기업의 횡포가 나오는 드라마에 너무 열중한 탓일까?!)

처음 고비만 잘 넘긴다면~술술 풀려가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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