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유일한 적은 두려움이란다.

두려움은 괴물보다 더 나쁘고 뱀보다도 더 무시무시하지.

괴물과 뱀은 당장에라도 너를 없애버릴 테지만, 두려움은 널 못살게 굴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야...

인생이 우리에게 똥침을 먹이려 든다면,

두려움은 우리의 정신을 어지럽히는 거미야.

처음 만나는 이탈리아 작가의 작품이다. 보통 한두 명의 할아버지가 있지만, 파비오에게는 10명의 할아버지가 있다. 물론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니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외 할아버지의 형제들이 많다는 것.

할아버지의 형제들 사이에서 집안에 유일한 아이인 파비오는 무척 바쁘다.

매일매일 할아버지들과의 놀이 스케줄이 잡혀 있으니 말이다. (할아버지들이 놀아주는 건지, 파비오가 할아버지들을 위해 희생하는 건지 모르겠지만...ㅎㅎ)

근데 이 할아버지들이 좀 많이 특이하다. 학교에 입학한 파비오의 학교까지 따라가서 소위 수업을 방해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부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 유용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낚시, 사냥, 아이스크림 먹기 등의 일정을 잡아놓고 파비오와 시간을 보내며 자신들의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꼬마 손자와 시간을 보낸다. 할아버지들은 괴짜지만 그 안에 돌직구의 교훈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많은 할아버지와 한 명의 손자라는 상황도 유쾌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만치오 마을 역시 참 특이하다.

만치니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출입금지

읽다가 사레 걸릴 정도로 웃었다. 아니 환영한다고 해놓고 출입 금지라니...

바로 이런 식의 특이한 사람들이 사는 만치니 마을의 파비오의 집의 유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그 안에 담겨있는 가난이나 현실의 문제들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 파비오의 집안에는 저주가 흐른단다.

그 저주가 뭐냐? 40세 이전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미치광이가 된다나?

(참고로 외 할아버지를 뺀 파비오의 요일 할아버지들은 전부 솔로 즉, 노총각이다. 결혼을 안 한... 그렇다고 할아버지들이 미치광이는 아니고, 조금의 괴짜일 뿐.. ㅎ)

6살 된 손자의 눈으로 본 할아버지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슬며시 스며드는 따스함과 유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 책의 저자와 등장인물 파비오의 이름이 같다는 사실이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할아버지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작품인 것을 아닐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설명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왜냐하면 쉽게 깨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것이거든.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걸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거야.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가수를 닮은 아빠, 말 없는 아빠 대신 파비오를 감싸주는 다정한 엄마. 그리고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며 파비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해주는 할아버지들.

왠지 모를 특별함과 엉뚱함 그리고 그 안에서 아픔을 발견하고 결국 한걸음 더 성장해가는 파비오의 이야기가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유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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