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라는 이름이 주는 여운은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고, 편한 길 소위 꽃길을 걷게 해주고 싶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엄마인 그녀 역시 결혼을 하고 곁을 떠난 딸에게 인생의 선배로, 엄마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엄마가 딸에게 주는 편지 형식의 글이기에 딸이 삶을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중요하고 힘겨울 수 있는 순간의 조언이 가득하다. 실제 우리 엄마는 아니지만 나 역시 저자의 글을 읽으며 마치 우리 엄마가 해주는 이야기처럼 읽었다. 아마 그런 감정으로 읽어서 그런지 담담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이 먹먹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명절이 막 지난 다음인지라 그런지, 첫 번째 이야기부터 울림이 있었다.
나 역시 이 책에 등장하는 민이 씨처럼 강박관념과 완벽주의 경향이 있다. 덕분에 결혼하고 새롭게 맡게 된 역할들과 아이가 태어나면서 맡게 된 역할들 사이에서 모든 것을 제대로 하려고 욕심 아닌 욕심을 먹다 보니 이래저래 치이며 감정선이 꼬이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새로운 역할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라고 조언한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열심히 하면 좋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 말이다.
나는 그때 인생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되었다. 세상에 쓸모없는 일이란 하나도 없음을,
그러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삽질이 훗날 또 어떻게 쓰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야.
개인적으로 실제적인 조언이 참 많아서 좋았다.
특히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나에게 선배 워킹맘이자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조언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깊게 다가왔다. 내 선택이 아닌 주위의 선택에 휘둘리지 말기를, 현재의 삶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지 말기를, 그래도 힘들다면 쉰 살이 되었을 때의 나를 생각해보기를...
삶의 정답은 없다. 삶에 모습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길을 먼저 간 인생의 선배이자, 4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한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는 또 다른 울림이 되어 다가온다. 단지 그녀가 엄마이기 때문인 걸까?
원래 힘든 거다, 참으면 좋은 날이 온다, 이기적이 되지 말라는 등의 조언들 속에서 막막하고 답답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우리 엄마도 가끔 그런다ㅠ) 근데 저자는 그런 뻔하고 답답한 조언이 아닌 사이다 조언들을 통해 딸이 한 층 더 가벼운 마음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것 같다.
삶의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 인간관계의 이야기 등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가슴 가득 조언이 들어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