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왕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지음, 송섬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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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페이지부터 독자를 압도하는 흡입력이 있었다.

과연 표지와 제목에 등장하는 늑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인간이라는 말이 이 책에 딱 어울리는 한 줄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이 인간을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잔혹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4개의 이야기는 모두 1793년 안에서 이루어진다.

4개의 계절이 등장하고, 이야기는 시간 순서를 벗어나 섞여있다.

물론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배열하지 않은 것은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을 테니 굳이 배열 순서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상이군인이자 명목상의 방범관인 예안 미사엘 카르델은 동네 아이들의 신고로 파트부렌 호수에서 시체를 건지게 된다. 시체는 너무나 잔혹할 정도로 훼손이 되어 있었다. 양팔과 다리는 잘려나갔고, 눈이 있어야 할 곳은 파여있고 이 또한 사라졌다. 신체 중 훼손되지 않은 유일한 곳이라면 머리카락뿐이다.

한편, 치안총감인 요한 구스타프 놀린에 의해 이 사건을 수사할 전권을 위임받은 법관 출신 세실 빙에.

30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는 시체의 첫 발견자 카르델과 함께 칼 요한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체를 통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전쟁에서 왼팔과 동료를 잃은 후 카르델은 공황발작을 일으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술에 의지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고통의 경험을 토대로 세실 빙에의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준다.

카르델의 경험과 빙에의 날카로운 수사가 합쳐져 사건을 파헤쳐 가는 묘미를 선사한다.

과연 칼 요한의 사체에는 무슨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이고, 빙에와 카르델은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사실 책 속에 등장하는 카르델과 빙에. 그리고 칼 요한.

각자 삶 속에서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개인적으로 카르델에 대한 동경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물론 전쟁에서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목숨 대신 왼팔을 빼앗긴 후 변변한 직업도 없이 자신이 입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끔찍한 사체를 건져내며, 자신과 함께 살아 돌아오지 못한 동료를 생각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그런 여린 마음이 상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기에 빙에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겠지만 말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왔기에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빙에.

삶의 마지막에 이르렀기에 오히려 그런 욕심이 더 사라졌을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를 떠나 그녀에게 갈 수 없는 욕망을 매춘녀를 통해 풀어가는 그의 모습 속에서 보며 또 다른 모습의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늑대를 잡기 위한 늑대들의 이야기.

촘촘하게 짜인 시대상과 이야기 속에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 또한 기대가 된다.

늑대 무리와 함께 달리려면 늑대들의 법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시간이 흐르고 당신의 이가 피로 벌겋게 물들고 나면 당신도 내 말이 옳았단 걸 알게 될 겁니다.

당신의 송곳니는 아주 깊이 파고들 겁니다. 어쩌면 당신이 둘 중 더 힘이 센 늑대가 될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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