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형이
살해당했다.
내용만큼이나 파격적인 책을 만났다.
아마 이 한 줄이 주는 뭔가 의미심장함이 두께만큼이나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첫 장을 넘기고 났는데 어라?!
빽빽한 글자(요 근래 읽었던 책들이 10폰트의 글자체를
자랑했기에...ㅎㅎ)는 어디 가고?
대화체+ 운문 식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태의 소설책을 처음 만났던지라 더 임팩트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엄마와 형 숀 그리고 주인공 윌(윌리엄)은 같이 사고
있다.
그리고 표지의 한 줄처럼 형은 어젯밤 내 눈앞에서 죽음을
당한다.
윌은 형 숀의 복수를 위해 형의 서랍 두 번째 칸에 어긋난 곳에 손을
집어넣어 총을 꺼낸다.
그리고 형이 알려준 룰을 기억하며 형을 쏜 범인을 찾아 엘리베이터를
탄다.
윌이 복수하고자 하는 진범은 어디까지나 윌의 생각일
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윌은 형과의 추억이 생각난다.
L 칸을 먼저 누른 사람이 루저라고 생각했던 그 일 말이다. 엘리베이터를
탄 윌은 하지만 당황하기 시작한다
윌이 탄 엘리베이터 안에는 데니 형이 있었다. 숀 형에게 룰을 알려준
바로 그 형 말이다.
하지만 반갑지 않았다. 데니는 죽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이 눈앞에 보이다니!
그리고 그다음 칸에서 만난 예쁜 여성... 그리고...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짧은 글 속에 작가는 많은 것을
숨겨놓았다.
구구절절 긴 글이 아님에도 어떻게 그 모든 내용을 표현하고, 독자들은 그
사실을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어떤 두꺼운 산문형식의 소설보다 더 소름 끼치고, 슬프고, 또한
반전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단지 형의 죽음이라는 한 가지 사실 속에 감춰진 비밀들이 한 칸 한 칸
엘리베이터를 따라 내려가면서 펼쳐진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듯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었지만 감정은 그만큼 따라가기
벅찼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길... 하는 여운이 길게
남았다.
P.S 왜 표지 속 흑인 남자의 얼굴을 이제서야 발견한
것일까?
책을 읽고 나니 엘리베이터를 연상하는 동그란 숫자도 흑인 남자의 모습도
강하게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