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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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절부터 답답했다. 옛날이야기를 차용하고 있지만, 왜 옛날이야기 속 이야기 같지만은 않은 걸까?

형부가 처제를 범하려 하고, 하나 있는 피붙이 언니는 자기가 살기 위해 하나뿐인 여동생을 인신공양으로 내몬다.

모현은 그 모든 상황에서 그저 당하고만 있을 인물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언니를 위해 희생을 선택한다.

(사실 희현을 인신공양 대상으로 무당 천이에게 사주한 사람은 남편인 단오였다.)

호랑이의 제물이자 신부가 된 모현을 데리고 숲 깊숙한 곳으로 숨어든 형부 단오는 검은 속내가 있었다.

바로 아무도 없는 깊숙한 산속에서 어차피 살아돌아오지 못할 처제를 범하는 것.

하지만 당하기만 할 모현이 아니다. 물론 때에 맞춰 호랑이가 등장하여 모현 대신 단오를 처벌해주긴 했지만 말이다.

호랑이의 목소리가 모현의 귀에 들린다. 기다렸다는 그 메시지는 또 무슨 의미일까?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실종된 마을의 수령 홍옥에 의해 모현은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양반가의 딸로 태어나 자란 희현과 모현자매. 아버지가 역모에 휘말리게 되어 죽는 와중에 두 딸만은 살리고자 하는 부모에 의해 섬으로 흘러 들어온다. 섬에서는 이방인 취급 당하던 희현은 아이가 둘 딸린 홀아비 단오와 결혼을 한다. 단오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은 희현. 하지만 아이는 병치레가 많다.

호랑이의 신부인 모현이 돌아오자, 무당인 천이는 또 다른 계략을 꾸민다.

아니 사실 그 섬에는 호랑이가 살지 않았다. 바로 천이가 마을 사람들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계책이었다.

모현을 보호하는 수령 홍옥 때문에 자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을 안 천이는 희현을 이용한다.

모현을 호랑이에게 돌려보내지 않으면 그 화가 마을에 미칠 것이고, 희현의 아들이 죽을 것이라는...

어미 희현은 그 말에 하나뿐인 동생을 겁박하며 호랑이 숲으로 돌아가도록 종용한다.

그러던 차에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생기고, 그 모든 화가 모현 때문이라는 음모가 계속된다.

아니 외지 사람인 모현 자매가 들어왔을 때 화를 몰고 온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며 마녀사냥을 해간다.

하나뿐인 친구 여민 조차 사랑에 눈이 멀어 모현에게 칼을 겨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약한 이를 바쳐 목숨을 부지하려 하지 말지니

다만 서로를 도와 마을을 구원하도록 해라.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인 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모습은 현재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앞뒤 따지지 않고 선동되는 말에 딸려가는 모습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남을 이용해 자신의 뱃속을 챙기고, 자신의 이익 앞에 우정도. 혈연도 배신하는 모습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희생을 통해 누군가를 지켜내고자 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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