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란색 가득한 표지 안에 담긴 노란색 레몬.

사실 분신이라는 제목보다 레몬이 더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으며 레몬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심 궁금해서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역시 이번에도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밤샘도 불사할 줄이야... ㅠ

(절대 자기 전에 책 읽지 말자! 한 장만~하다가 밤샐 수 있다.)

1997년 복제 양 돌리를 기억하는가? 당시 엄마 양의 체세포를 가지고 복제한 돌리의 등장은 여러 가지 이슈를 낳았다. 과학의 발전만큼이나 신의 영역이라 일컬어지는 생명윤리의 문제, 더 나아가 사람의 복제까지 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들 말이다.

이번에 새롭게 재 출간되었지만, 이 책은 돌리가 이슈가 되기 전인 1993년 작품이다.

바로 그 우려했던 인간의 복제에 대한 저자의 선견을 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홋카이도에서 자란 마리코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뭔지 모를 이상함을 느꼈다.

혹시나 자신의 출생에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서류까지 떼어봤지만 심증만 있지 물증은 없었다.

중학생이 되어 아빠의 권유로 기숙사 학교에서 생활을 하다 방학을 맞아 돌아온 12월 29일.

방화로 엄마는 죽고, 아빠와 마리코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은 사고가 아닌 자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리코는 도쿄로의 진학까지 결사코 막는 아빠와 늘 찜찜했던 엄마의 태도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고자 한다.

한편, 도쿄에서 자란 후타바는 어린 시절부터 아빠가 없이 엄마 손에서 자란다.

혼자 몸으로 간호사로 근무하며 딸을 키우는 엄마는 후타바가 티브이 같은 매체에 출현하는 걸 극도로 반대한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후타바의 밴드는 결국 예선을 통화하고, 후타바의 밴드는 티브이에 출연하게 된다. 엄마의 우는 모습을 본 후타바는 얼마 후, 엄마를 찾아온 남자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엄마는 그 다음날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외삼촌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가 죽기 전날 찾아온 남자로부터의 연락... 후타바는 점점 자신의 출생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마리코와 후타바의 이야기가 겹쳐서 등장하며 이야기는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둘의 의문들은 결국 겹쳐지며 풀어져간다.

쌍둥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닮은 둘의 모습 속에 감춰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아버지의 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 비밀은 점차 드러난다.

어떤 진실이 있었기에 마리코와 후타바의 어머니는 목숨을 잃은 것일까?

그리고 표지 가득한 레몬의 의미까지...

중독성에 가독성까지 갖춘 소설인지라 벽돌 분량임에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소유하지 못한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이 어쩌면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욕심으로 인한 피해는 생각보다 극심했다.

어쩌면 복제 양의 등장이 진짜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다면, 너무나 소름 끼칠 것 같다.

나름 열린 결말인 마지막 장면 뒤로 이어 내 상상력을 보태 두 딸이 앞으로는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