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크 에프 그래픽 컬렉션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에밀리 캐럴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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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이 그림이라는 옷을 입었다. 원작을 보지 못했지만,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참 무거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만큼이나 가슴 아프고, 분통터지는 어두움이 책 가득 느껴진다.

책의 제목이 왜 Speak(말하다) 인지, 읽으면서 느꼈다.

입이 있지만, 화가 나고, 부당하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너무 화가 났다.

사실과 상관없이 스스로 재단하고, 단정 지은 것이 마치 사실인 양 하는 현실을 책으로 바라보니 그 안에 내 모습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파티에서 성폭행을 당한 멜린다는 성폭행 후(책 속에는 강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내가 느끼기엔 일방적인 성폭행이었다.) 경찰을 부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파티는 난장판이 되고, 그날 이후로 멜린다는 왕따가 된다.

친하게 지냈던 레이첼을 비롯한 친구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멜린다.

하지만 멜린다를 성폭행 한 가해자이자 파렴치한인 앤디 에반스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다닌다.

그날과 비슷한 분위기만 느껴져도 멜린다는 공포를 느낀다.

물론 주된 이야기는 지만, 그녀의 집안에서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난다.

성적만 관심이 있을 뿐, 딸이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왜 성적이 자꾸 떨어지는지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아이의 고민과 괴로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부모님.

살림과 직장을 병행하는 엄마와 집안일을 분담하지 않는 아빠.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교사와 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학생까지...

(교사는 고압적인 자세로 학생인 데이빗 페트라키스를 누르려고 하지만, 그러기에 데이빗은 너무 똑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라면 주인공이 자신의 심경을 만든 미술작품을 보고 주인공의 마음 상태를 알고 그에 따른 도움을 주고자 하는 프리먼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

또 한 번의 성폭행 시도(앤디는 진짜 나쁜 X이다.)에 멜린다는 용기를 내어 저항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다.

책 초반의 멜린다는 자신의 피해 사실에 대해 함구하고, 왕따의 수모도 그냥 겪어내지만,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며(아마 프리먼 선생님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점점 용기를 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 부당함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적어도 멜린다 옆에 함께해 줄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만화로 되어 있어 쉽게 읽어갈 수 있었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는 원작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멜린다의 심경이 글로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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