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예상치 못한 인물 혹은 작가와의 만남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류를 접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지, 몇몇 작가(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등)를 제외하고는 잘 모른다. 서브머린의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처음 만났는데,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무겁지 않게 느껴졌던 것은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것도 있겠지만,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인
진나이라는 인물이 엉뚱하지만 매력적인 것 때문일 것 같다.
주인공 무토는 가정법원
조사관으로 근무 중이다. 함께하고 싶지 않았던 진나이와 한 팀이 되어 버린 무토에게 두 명의 소년범이 배치된다.
무면허로 조깅하던
행인을 치어 죽인 다나오카 유마와 악플러들에게 협박장을 보낸 혐의를 가지고 있는 오야마다 슌. 오야마다 슌은 상당히 똑똑한 아이였지만, 등교를
거부하고 방에만 틀어박혀있다. 그런 슌의 가정으로 방문한 무토에게 슌은 한 장의 종이를 출력해준다.
자신은 인터넷
악플러들을 많이 겪어봐서 그런지, 특유의 감이 있는데 바로 이 협박장을 쓴 사람은 실제로 일을 저지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꼭 사전에
막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한편, 무면허
교통사고를 낸 다나오카 유마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과거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전적과 친한 친구와 같이 있던 자리에서 한 친구만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된 무토는 다나오카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10년 전 친구가 사망한 사건의 목격자이자 또 다른 피해자로
조사를 받을 당시, 조사관이 진나이였다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다나오카의 상황이라면
차에 대한 큰 트라우마가 있을 텐데 꾸준히 타인의 차를 빌려서 운전연습도 했고, 얼마 있으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텐데 그를
앞두고 왜 사고가 난 것일까?
또 하나의 특이점이라면
당시 사고를 낸 가해자인 와카바야시와 동일한 나이에 사고를 냈다는 것!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인
와카바야시는 10년 전 졸음운전으로 초등학생을 치어 죽였다.
그 이후 와카바야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속죄하며 살아가고 있다. 29살이 된 그는 여전히 자신의 잘못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취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접에서 늘 자신의 사고 이야기를 스스로 고백하기에...)
요 근래 접하는 일본
소설 속 이야기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살인을 하는 인물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 역시 이들에
대해 일반인과 동일한 벌을 내리고 있지 않다.
(어쩌면 그래서 그
사실을 이용하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있는 것일지도... ㅠ)
책을 읽는 내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부모와 친구를
죽인 사람에게 그 죄를 물을 권리.
사회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줄 권리.
과거 자신의 죄에 대해
끊임없이 용서를 구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는 권리.
과연 어떤 권리가
정답일까? 그리고 어떤 권리가 우선일까?
설령 그 예측이 사실이라 해도, 악인의 목숨을 빼앗아도 된다고
쉽게 단언할 수는 없다.
물론 마음속에는 나도 동의하고 싶은 지점이 있었다. 그건
인정한다.
끔찍한 짓을 저지른 인간은 똑같이 끔찍한 꼴을 당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자신만만하게 입 밖으로 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