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신부의 순진 열린책들 세계문학 245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이상원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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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만이 논란의 여지없는 강력한 기본 원칙 없이 이성에 대해 떠드는 법이었다.

읽으면서 참 놀라웠다. 이렇게 강력한 신부님이라니...!

유명한 범인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체포해가는 신부의 능력에 혀를 내 두를 수밖에 없었다.

범인인 걸 알면서도 태연하게 그와 발을 맞춰나가는 신부는 그저 범인을 잡는 것에만 의의를 둔 것이 아니었다.

최고로 유명하고 능수능란하게 빠져나가는 걸로 유명한 범인 플랑보를 교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외모만 보자면 어리숙하고, 작달만한 키에 지극히 평범한 시골 신부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에 그런 선입견이 더 크게 생겼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신부라는 직업이 주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함께 어느 탐정보다도 날카롭고 예리한 판단력과 추리력이 맞닿으니 직업적 탐정보다 더 한 매력을 드러내었다.

사실 첫 편 푸른 십자가를 읽을 때만 해도 과연 주인공인 브라운 신부는 어디 등장하는 거지? 반신반의했다.

발랑탱 형사가 말한 키가 큰 범인 플랑보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 책의 주인공인 브라운 신부를 생각할 겨를을 놓쳤다고 할까? 등장하는 인물들이 키가 얼마나 큰 지만 노리다 반격을 당했다.

ㅎㅎㅎㅎ 두 명의 신부 중 한 명이 브라운 신부일 줄이야...!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탐정의 이미지와 너무 다른 외모 묘사 때문에 설마 하고 넘어갔던 것도 있었다.

범인인 플랑보가 십자가를 요구할 때 너무도 아무렇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이 했던 트릭들을 설명하는 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이 설명은 앞으로 등장할 이야기들의 전초전일 뿐이었다는 사실!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변화되어 결국 브라운 신부의 파트너가 되는 플랑보의 모습에서 또 다른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는 적어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일 것이다.

추리소설이 지니는 특유의 맛을 좀 다르게 만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신부가 등장해서 그런지,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들이 안 나와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1탄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활약 또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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