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공부를 하긴
했지만, 법정에 가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법조계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책 혹은 매체를 통해 만들어졌다.
나에게 있는 국선
변호사의 이미지는 사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 국선 변호사가 쓴 책을 처음 읽는 입장이기에(판사 혹은 검사나 변호사의 책은 읽어봤지만),
아마도 매체가 만들어 준 이미지일 것이지만 말이다.
법이라는 잣대가
누구에게나 공평할 거라고 이야기하지만(법전 처음에도 그렇고, 최상위법인 헌법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내가 보고 느꼈던 법 감정 속으로
들어가서 생각해보면 법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통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책 한 권으로 그런 내
생각이 단숨에 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국선임에도(왠지 국선변호인은 국가에서 선임해 준 변호사이기 때문에 성의(?) 있게 변호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피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것만은 틀림없다.
이 책의 저자는 기자
출신의 변호사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그동안 만났던 피고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나누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알다시피,
국선 변호사를 쓰는 피고인들은 대개 재정적인 어려움에 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희망을 잃고 법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자포자기의
심정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당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물론 죄를 지었기에 당당할 수 없는 게 맞지만, 철면피 같은 인간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그들에 비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안타깝기도 하니 말이다.)
또한 그들 대부분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났거나, 술이나 마약 혹은 중독의 늪에 빠져버린 경우가 많았다.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말이다.
(사실 각종
흉악범죄들을 접하고, 변호인들이 정신감정을 요청했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일부러 정신감정으로 형량을 낮추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닐까 싶을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당연히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망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동정 어린 변호를 했던 것은 아닐까?
여러 이야기가 기억에
남지만,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내의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을 겪어내지 못하고 한 행동으로(재범임) 구속되었는데, 남겨진 자녀들의 편지를 통해 가정사가 드러난다. 알코올중독인 엄마에 의해 학대받고,
목숨의 위협까지 겪으면서도 버텨내고 있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범죄자의 자녀이기에는 색안경을 쓰고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은 범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이 책은 이 한 줄을
모토로 삼고 그동안 변론했던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책이다.
법이라는 냉혹한 잣대를
들이밀지만, 인간의 감정마저 냉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국선 변호사에
대한 인식 또한 조금은 바뀌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