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에 대한
고민을 넘어선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나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싫어하진 않았다.
물론 유치원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누구에게나 주는 장려상밖에 못 받았고, 미술보다는 음악을 더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였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내가 점차 그림
그리기를 기피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내가 그린 그림이 잘 그린 축에 속하지 못하고
못 그린 그림 쪽에
들어가기 시작했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나에 비해 상당히
재능이 있던 동생과 비교가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성인이 되고 그림을
그릴 기회가 없어서(물론 어느 정도의 센스는 필요하지만... 그것도 대충 넘어갈 수 있다.) 다행이었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동물부터 시작해서
뭔가를 끊임없이 그려달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지나쳤을 이 책에 손이 간 것은 그래서가 아닐까?
곰손이 너머 똥 손이라
할 수 있는 나에게 그림 그리기는 절실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를 접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선천적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지만, 그를 핑계로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선은 손 풀기
단계!
선을 그리고, 도형을
그리고, 명암을 표현하는 그 모든 단계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가지고 연습해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 시간조차 투자하지 않고 멋들어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숟가락도 못 잡는 아이가 진수성찬을 먹겠다는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우선은 시간을
투자해서(작가는 적어도 2주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노력하면, 그림 그리기 실력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
어려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듯이, 당장은 귀찮고 시간 낭비일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연습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그림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그림 그리기의
초급 단계를 벗어났다면 좀 더 멋진 작품의 세계로 나갈 수 있다.
가령 카드나 지우개
스탬프, 이모티콘 등을 만들 수도 있고, 크라우드 펀딩을 할 수도 있다.
작가 역시 브런치에
올렸던 내용들이 상을 받아 책을 출판할 수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아날로그) 상의 그림뿐 아니라 웹(디지털) 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인 나에게는 조금은 뭔 산일 수 있겠지만 미리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왕초보인지라
어떤 도구를 선택해야 할지도 고민이 많았다. 자신이 쓰는 그림 그리기의 도구와 함께 각 도구들의 특징이나 장단점 등을 편안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다.
여전히 나에게 그림
그리기는 쉽지 않은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서 뿌듯하고 좋다.
똥 손인 관계로 다른
사람보다 시간은 더 들겠지만, 언젠가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을 우리 집 어느 곳에 걸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꿈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