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허수아비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2
베스 페리 지음, 테리 펜 외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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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보면 더 좋을 그림책이다.

허수아비를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왜 허수아비는 혼자일까? 왜 허수아비는 다가가지도, 허수아비에게 다가오지도 않을까?

여기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가 있다.

논 위에 혼자 서 있기에,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서 있기에 어떤 동물도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무서워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허수아비 역시 그런 자신의 처지를 아는 건지, 아니면 친구가 필요 없는 건지 아무런 반응 없이 혼자 서 있을 뿐이다.

 

어느 날 그런 허수아비 앞에 아기 까마귀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누구에게도 아무 반응 없고, 차갑기만 한 허수아비인데 까마귀는 자신의 품 안에 넣고 따뜻하게 품어준다.

허리를 굽히기도 하고, 팔을 움직이기도 한다.

그렇게 허수아비는 까마귀의 어미 노릇을 하며 추운 겨울을 보낸다.

봄이 되자 아기 티를 벗은 까마귀가 떠났다.

허수아비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렸다.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슬프기만 하다.

허수아비는 그동안 정을 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정을 준 대상이 떠났을 때 가슴 가득 남은 공허의 구멍을 메꾸는 것이 외로움보다 더 컸던 경험 덕분에 홀로 있는 것을 좋아했던 것을 아닐까?

 

물론 이 책의 제목은 "행복한 허수아비"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허수아비 나름의 희생이 필요했다.

행복이라는 경험이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겁나서 행동하지 않았다면 과연 허수아비는 행복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허수아비는 구멍 난 가슴을 가지고 살았던 그 시간이 있었기에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 이 감정을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렵다.

스스로 느껴봐야 할 터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허수아비가 겪은 그런 아픔을 겪지 않고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부모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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