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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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다. 실제 책 중 일부를 발췌해서 만든 가제본 책이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발췌한 책은 즐기는 편은 아니다.

출판사에서는 나름 중요하고 재미있는 부분을 뽑아서 만든다 하지만, 앞뒤가 다 잘린 느낌인지라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내기보다는 맥을 끊는다는 느낌에 실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기대가 적어서 그런 걸까?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읽은 부분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제목의 가제본이었는데, 진짜 궁금증을 자아내는 내용이 가득하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느끼겠지만... 사회생활과 윗 사람과의 관계 말이다.

나름 유행을 따라가고, 평등한 관계를 위해 직급 대신 (영어 이름을) 쓴다는 것은 꽤 유명한 어느 회사랑 닮았다.

나름 영어 이름을 쓰고 직급까지 없애며 엄청난 노력을 하지만, 그게 허울뿐이라는 것은 바로 따라오는 다음 문장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동네 중고마켓(우동마켓) 이라는 웹을 개발하고 활성화되면 차후 광고 수익으로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원대한 꿈과 그를 위해 나름의 회의도 열심히 하며 노력하는 것은 어디서나 많이 보던 모습인지라, 공감이 갔다.

문제는...우동마켓의 열혈 사용자이자 중고가 아닌 새 제품을 인터넷 가보다 조금 저렴하게 판매하는 거북이알이라는 회원에 대한 대표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이다.

잘못한 게 없음에도 페널티를 운운하고, 회원의 사진에 거북이가 너무 혐오스럽다는 개인적인 감정에 대한 발언들까지 쏟아내며 결국 주인공 안나에게 거북이알이 판매하는 상품을 직접 구매하고 만나서 이야기 하라면서 현금을 건네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낸다.

그렇게 불안하면 직접 만날 것이지, 굳이 직원을 시켜서(대표의 폼이 안 나서 일까?, 대표라서 일까?) 직구를 하게 하다니...ㅋㅋ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 사실 안나가 직접 거북이알을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사실 걱정이 앞섰다.

어떤 말도 없었기에... 혹시 호러나 스릴러, 추리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다행히... 무섭고, 잔인하고 그런 장면은 없었다.

오히려 거북이알과 안나의 대화를 통해서 뭔지 모를 짠함과 함께 직구를 하게 된(인터넷 가보다 좀 더 싸게 물건을 팔게 된) 이유를 듣고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8편의 소설 중 한편이라 하니, 다른 작품들은 어떨는지 궁금하다.

다행히 내가 받은 작품이 발췌가 아니라, 실려있는 온전한 한편인 것 같아서 뒷얘기가 궁금해서 억지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다른 작품은 어떨는지 궁금하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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