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심이, 널 안아줄게 - 고민이 많은 세상 모든 영심이에게 하는 말
이지니 글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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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초등학교 입학, 200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이다.

그 시대는 한국만화 붐이 불어서 조금은 촌스럽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들이 속속 등장했었다.

영심이도 그중 하나였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영심이의 주제곡이나 등장인물들이 한 번씩 떠오르는 걸 보면, 공감 가는 게 많았던 것 같다.

요 근래 옛 만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집을 자주 보게 된다.

둘리가 등장한 걸 보니, 내심 영심이나 하니를 주제로 한 만화는 없을까 기다리던 차에 만나게 된 영심이.

여전한 영심이의 얼굴을 보니 풋~웃음이 났다.

나는 이렇게나 많이 자라다 못해 이제는 늙어가고(?) 있는데, 만화 속 영심이는 여전히 14살이란다.

영심이를 따라다니지만, 무시만 당하는 경태도 여전하고 늘 영심이와 투닥되는 얌체 순심이도 그대로다.

그리고 얄밉기만 했던 구월숙까지...^^

영심이 만화를 보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맞아! 이런 내용이 있었지... 신기한 건, 내용은 떠오르는데 그 시절 그림을 보며 내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영심이는 그대로인데 나만 바뀐 것 같다. 아니 나는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니라 영심이 큰언니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 되어버렸으니 그때의 아이와 같은 생각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 이지니의 글을 보며 묘한 위로를 받는다. 아마 옆에 영심이가 있다면 저자의 글을 통해 또 다른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물론 저자 역시 그때의 영심이를 바라보는 눈과 많은 것이 달라졌겠지.

당시에는 영심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은 부모님이 답답했고, 영심이를 속이고 놀려먹는 구월숙이 때려주고 싶었다. 싫다는 데 자꾸 쫓아다니는 왕경태가 답답했고, 순심이가 얄미웠다.

지극히 영심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람이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시 만난 영심이 속에 인물들은 그 어린 시절 내가 봤던 인물들이 아니었다.

상처받을까 봐 걱정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고, 자신의 부족과 결핍을 영심이를 통해

채웠던 구월숙이 보였고, 용기 있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던 왕경태가 보였고, 사실은 영심이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순심이가 보였다.

그 시절 영심이를 다시 만나서 좋았다.

또 다른 영심이를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아마 또 시간이 지나고 영심이를 만나면 그땐 어떤 영심이를 만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추억의 한 장이 겹쳐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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