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 2 - 적이 없는 전쟁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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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중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백두산, 연변 그리고 광개토태왕 비와 장수왕릉을 봤다.

당시 역사 공부를 하고 있었던 참인지라, 실제 눈으로 역사의 현장을 보는 것이 상당히 벅찼다.

하지만 우리의 고구려 역사를 철저하게 자기의 역사로 둔갑시키는 현장이기도 한 그곳에서 답답함 또한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역사인 고구려 그리고 발해 등의 영토뿐 아니라 역사까지 빼앗길 수 있을 거란 사실이 안타까웠다.

아마 우리나라 역사의 이야기를 소설로 담아내는 작가 김진명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장편소설 고구려와 살수를 집필한 것이리라.

소설 살수는 살수대첩의 명장이자 천년영웅이었던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화 한 것이다.

물론 실존 인물인 을지문덕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입혀 탄생한 작품이다.

(실존 인물을 다루었으나, 그 안에 담긴 것이 실제 역사와는 완전히 같지는 않다.)

살수의 첫 장면부터 양광(후의 수나라 양제)의 미치광이 행동이 드러난다. (북조의 황제를 처참히 살해하는 장면. 물론 아버지에 의해 사랑하는 여인 령을 빼앗기고,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죽였기에 그로 인한 분노가 가득 드러난 것.)

왜 첫 장면부터 양광이 나타났을까? 바로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반대편의 인물이 바로 양광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 양광과 을지문덕은 살수대첩 전에 만난 적이 있다. 그 만남을 통해 양광의 사이코적 기질과 함께 말갈족이지만 고구려 편에서 싸운 말갈 족장 아야진과의 일화가 나타난다.

 

살수를 통해 만난 문덕은 생각이 깊은 인물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법이 없다.

주된 이야기는 문덕과 양광의 이야기지만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또한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또한 명장이자 덕장으로, 주위의 군사들을 다독이고 따뜻한 인간적 조언을 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살수를 읽으며 조선의 또 다른 명장이었던 이순신 장군이 겹쳐져 보였던 것은 단지 기분 탓이었을까?

소수의 군대로 30만의 수나라 군사를 몰살시켰던 그의 기지와 능력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에 읽는 내내 짜릿한 몰입감과 함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리더의 자질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고구려의 을지문덕에 비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철저히 당하기만 한 양제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어쩌면 수나라의 멸망은 이미 처음부터 예견된 것은 아니었을까?

살수 라는 소설을 통해 을지문덕을 만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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