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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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이 있다.

근데 그 성격이 권고사직 일명 "짤리는 것이라면" 그 두려움은 상상 초월일 것이다.

짤린다는 것은 다음에 갈 직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나 하루 벌어 하루사는

(월급이 없으면 생활이 안되는) 직장인이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두려움을 넘어선 공포일 지도) 것일 것이다.

바로 그렇게 회사로부터 내침을 당한 저자의 책이 내 손에 있다.

지극히 자신의 입장에서 쓴 책일지라도, 저자의 상황은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난다.

해고예고기간도 없고, 퇴직금을 제외하고는 딱히 더 받은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회사 안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사람에게 하루아침에 나가라니... ㅠ

그럼에도 참 착한 저자는 그 와중에 인수인계할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나 역시 입사 초기부터 내 업무에 대해 인수인계를 대비해 작성해 놓긴 했지만, 만약 나라면 만들어놓은 문서도

삭제하고 나갈 판인데 저자는 참 착하고 대단하다... 근데 착하다는 말보다는 속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 ㅋ)

역시 퇴사(해고)는 실전이다.

물론 며칠은 자유롭고 출근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5분만 더 자고 싶다, 반차 쓰고 싶다, 연차 쓰고 싶다... 등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부러울까? 싶지만 그 또한 어딘가에 매여있는 몸일 때나 즐겁고 유쾌한 것이라는 사실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나 역시 이직을 준비하며 꽤 오랜 시간을 쉬고 있어서 그 기분 너무 잘 안다ㅠ)

오늘은 뭘 하면서 보내야 할까?

더 이상 들어올 수입이 없기 때문에 벌어놓은 돈만 까먹고 있기에 드는 불안감과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괴감과 함께 어딘가에 입사해야 하는데, 급하다고 아무 데나 들어갈 수도 없고, 그냥 놀자니 계속 불안하고...

한 줄 한 줄 감정이입도 되고 공감도 되는 내용이 가득했다.

뭔가 전문적인 기술이 있으면 그나마 취업이 어렵지 않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기술(나 역시)인지라, 무턱대고

박차고 나갈 수도 짤릴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상당수 직장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꽤 오랜 시간을 백수로 지내고 있지만, 저자의 글은 마냥 무기력하지 않아서 좋았다.

책도 많이 읽고(인용 글이 상당수 있다.), 생각도 많고(깊기도 하고), 부정적이지도 않은 저자이기에 어쩌면 그 기간을 의미 없이 보내지 않고 이런 공감 가득한 책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외롭고, 걱정되고, 쪼들리는(?) 생활을 하긴 하지만 재정의 쪼들림을 제외하고는 회사 밖이든 안이 든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감정이니 퇴사를 해도 저자의 책 제목 뒤의 ... 을 간접이지만 경험해볼 수 있어서 고마웠다.

이제는 작가님이라는 직업도 하나 가지게 되었으니, 아무쪼록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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