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이 있다.
근데 그 성격이
권고사직 일명 "짤리는 것이라면" 그 두려움은 상상 초월일 것이다.
짤린다는 것은 다음에
갈 직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나 하루 벌어 하루사는
(월급이 없으면 생활이
안되는) 직장인이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두려움을 넘어선 공포일 지도) 것일 것이다.
바로 그렇게 회사로부터
내침을 당한 저자의 책이 내 손에 있다.
지극히 자신의 입장에서
쓴 책일지라도, 저자의 상황은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난다.
해고예고기간도 없고,
퇴직금을 제외하고는 딱히 더 받은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회사 안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사람에게 하루아침에 나가라니... ㅠ
그럼에도 참 착한
저자는 그 와중에 인수인계할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나 역시 입사
초기부터 내 업무에 대해 인수인계를 대비해 작성해 놓긴 했지만, 만약 나라면 만들어놓은 문서도
삭제하고 나갈 판인데
저자는 참 착하고 대단하다... 근데 착하다는 말보다는 속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 ㅋ)
역시 퇴사(해고)는
실전이다.
물론 며칠은 자유롭고
출근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5분만 더 자고 싶다, 반차 쓰고 싶다, 연차 쓰고 싶다... 등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부러울까?
싶지만 그 또한 어딘가에 매여있는 몸일 때나 즐겁고 유쾌한 것이라는 사실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나 역시 이직을 준비하며 꽤 오랜
시간을 쉬고 있어서 그 기분 너무 잘 안다ㅠ)
오늘은 뭘 하면서
보내야 할까?
더 이상 들어올 수입이
없기 때문에 벌어놓은 돈만 까먹고 있기에 드는 불안감과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괴감과 함께 어딘가에 입사해야 하는데, 급하다고 아무 데나 들어갈
수도 없고, 그냥 놀자니 계속 불안하고...
한 줄 한 줄
감정이입도 되고 공감도 되는 내용이 가득했다.
뭔가 전문적인 기술이
있으면 그나마 취업이 어렵지 않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기술(나 역시)인지라, 무턱대고
박차고 나갈 수도
짤릴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상당수 직장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꽤 오랜 시간을 백수로
지내고 있지만, 저자의 글은 마냥 무기력하지 않아서 좋았다.
책도 많이 읽고(인용
글이 상당수 있다.), 생각도 많고(깊기도 하고), 부정적이지도 않은 저자이기에 어쩌면 그 기간을 의미 없이 보내지 않고 이런 공감 가득한 책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외롭고,
걱정되고, 쪼들리는(?) 생활을 하긴 하지만 재정의 쪼들림을 제외하고는 회사 밖이든 안이 든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감정이니 퇴사를 해도 저자의
책 제목 뒤의 ... 을 간접이지만 경험해볼 수 있어서 고마웠다.
이제는 작가님이라는
직업도 하나 가지게 되었으니, 아무쪼록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