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믿어요 - 상처보다 크고 아픔보다 강한
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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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그리고 과부가 홀아비 사정 안다는 속담도 있다.

저자인 김윤나는 전 작인 말 그릇에서 만난 기억이 있다.

당시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와 함께, 참 예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녀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과거 이야기들에 대한 내용들이 사실 말 그릇 안에 담겨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책의 제목과 속담이 떠올랐다.

너무나 곱게 자라서 그 어떤 상처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에게 생각보다 상당히 많고 큰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역시 상처가 있는 사람이 상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그에게 적절한 위로를 건넨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한 듯이 그녀의 글은 언제 읽어도 참 따뜻하고 다정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느 장을 펴도 그녀의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

어쩌면 너무나 숨기고 싶고 창피할 수 있는 과거의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는 모습을 보니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나 역시 학창시절 왕따의 기억이 깊이 자리 잡고 있고, 담임선생님에게 뺨을 맞은 기억, 엄마가 촌지를 안 줬다는 이유로 이해할 수 없는 차별과 냉대를 경험했다.

그 모든 기억은 내 나이 10살이 되기 전의 경험들이었다.

생각보다 그 상처들이 상당히 오래갔고, 밝은 척 상처받지 않은 척 가면을 쓰고 꽤 오랜 시간을 버텼다.

결국 그 상처는 어느 순간 곪아 터졌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 집에만 있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 내가 이런 이야기를 적을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 상처에서 조금은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자신의 아프고 괴로운 기억들을 책에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나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녀가 그 기억들에서 놓였기에 상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고맙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말이다.

그녀의 글을 통해 또 다른 위로를 경험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그리고 나 또한 조금씩 조금씩 내 상처와 연결된 고리를 끊어내고, 잘라내고, 새살이 나도록 다독이고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하다.

늘 상처 속에서 모든 잘못의 원인이 나에게 있는 듯 스스로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녀의 책 제목만 보더라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위로. 덤덤하지만 진한 위로를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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