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화를 자주 내요 - 번아웃(Burn-out)된 여자들의 감정 읽기
이모은.신호진.장성미 지음 / 프로방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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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 남편이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일 것이다.

나는 워킹맘이다.

우리 엄마도 워킹맘이었다. 내 기억에 엄마는 늘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늘 엄마는 바빴다.

엄마의 할 일은 참 많았다. 그렇다고 아빠가 적극적으로 육아나 살림을 거들 지도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그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해 잠 시간을 줄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엄마도 많이 아팠다. 지금도 일을 하시지만, 여전히 몸 상태는 만신창이다.

결혼 전에는 그런 엄마의 삶이 너무 답답하고 불쌍했다.

그래서 엄마처럼은 절대 살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다짐했다.

아빠도 가정적이었지만, 아빠보다 더 가정적인 남자를 만났고 결혼을 했다.

결혼 전부터 신랑과 결혼 후에도, 출산 후에도 회사를 계속 다니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복직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원더우먼 같았던 엄마의 삶은 막상 경험해보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삶이었다.

결혼하면 회사를 바로 그만두겠다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친구들과 달리 내가 워킹맘을 결심한 것도 엄마의 모습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해냈으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할까?

짧은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다. 이를 악물고(거의 매일 우는 아이를 보면서 같이 울었지만), 버텼다.

그나마 단축근무였던 올 초까지는 그래도 버틸만했다.

남편이 함께 육아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워킹맘+ 독박 육아를 감당한다는 것은 사실 정말 쉽지 않다.

특히나 도움받을 손길이 거의 없는 독박맘의 경우 회사일+집안일+육아를 혼자서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것들이 결국 짜증과 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할까?

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되고 만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 공감이 많이 갔다. 작가진이 워킹맘인지라, 그냥 책만 읽는데도 꼭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당장 눈앞에 쌓인 많은 집안 일과 부모와 떨어져 오랜 시간 어린이집에서 놀고 있던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우선이기에 사실 내 감정을 찾고 나를 다독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잠깐의 짬 조차 내 것으로 가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실제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다.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적인 사례들과 함께 엄마와 아내이기 전에 여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삶이 결코 쉬운 삶이 아니라고 인정해줬던 것도, 잠깐의 내 시간을 갖는 것이 결코 죄책감을 가질 일이 아니라는 것도 참 고마웠다.

또한 내가 힘든 것은 맞지만,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것. 말투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느꼈다.

물론 책에 예를 들었던 것은 남편의 말투였지만, 나 역시 그런 말투를 써서 남편을 비난하고 있었다는 것.

내가 힘든 만큼, 남편 역시 내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도와주지 않아서 그 마음을 모른 척하기도 했었다.

내가 읽어도 좋지만, 남편과 공유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화를 내는 이유에 어느 정도만 공감하고 있기에, 같이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직접적인 얘기보다, 책을 통한 간접적인 이야기가 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나는 워킹맘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은지라, 결혼 전 고민하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워킹맘에 대한 부분이 더 크게 다가왔었다.

결혼에 대한 고민이 있는 여성들에게도 큰 조언이 되는 부분이 있기에 누구나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땅의 많은 여성들! 아내이자 엄마이자 멋진 당신!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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