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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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다.

사랑도, 만남도, 연애도, 결혼도 말이다.

끝이 없는 시작이 과연 있을까?

졸혼이나 헤어짐, 이혼 등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지 않기에 언제가 될지 모를 끝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모든 시작에 끝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 끝은 그 모든 때가 지나고 끝을 경험한 후에나 느낄법한 이야기니까 말이다.

어쩌면 인생의 끝을 경험한, 이제는 그리워해야 할 위치에 있는 그의 글인지라 더 끝이 진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는지...

사랑의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사랑의 때, 한참 좋을 때를 보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할 만한 것이 많다.

여기서 사랑이란 단지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정도, 가족의 사랑도, 호감이나 관심도 모두 포함하는 감정이다.

사실 어려운 내용들도 상당했다.

인용되는 부분도 많고, 철학자의 글이라서 그런지 생각을 하게 하는 깊이 있는 글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 안에 들어있는 글을 읽다 보면 내가 그동한 했던 많은 끝과 이별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것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여럿이었는데, 그중 여운이 제일 많이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내 존재는 두 개가 된다.

원래의 나와, 너와의 만남으로 인해 너의 영향을 받은 나.

너와의 이별은 그렇게 만들어진 나와의 이별이기도 하기에 네가 떠나고 나면 그 부재의 자리에 두 존재가 남겨진다.

그래서 내게 오래 영향을 미친 사람일수록 그 끝은 더 큰 상실감을 준다.

시간이 흐른 후에 돌아봐도 너에 의해 남겨진 나는 이별을 머금고 있다.

살면서 경험하는 많은 이별과 끝에서 담담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저 그 감정 그대로 오롯이 안고 참아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랜 상실감을 가진 누군가뿐 아니라 끝을 경험한 누구라도 공감이 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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