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엄청난 양의
연필의 공격 앞에서 자신의 몸이 시커멓게 바뀐 지우개는 절망에 빠진다.
지워도 지워도 끝이
없고, 자신의 몸만 부서지고 지저분해질 뿐이다.
온통 연필투성이인 검은
종이 앞에서 망연자실한 지우개는 또 다른 삶의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검은 연필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게 된다.
태양도, 지구도,
행성도 그리고 로켓까지 그린다.
지우개는 그동안 지우는
용도로만 사용되었지, 지우개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몰랐던 것이다.
온통 검은 세상에서
지우개는 자신의 몸으로 연필 보다 더 완벽한 그림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연필과 함께 하는 법을 배운다.
둘이 함께 함으로
결국은 완벽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