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 책은 에세이집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좋은 관광지, 추천하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가 가득한 여느 여행서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행지는 추억이나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 정도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할까?
작가가 여행지에서 느낀 것, 그리고 그 기억이 삶과 섞여서 뿌옇게도 선명하고 촘촘하게도 농축되어 있다.
때론 슬픔도 때론 아쉬움도 때론 미련도 때론 행복과 기쁨도 정말 촘촘하게 녹아있는 글이었다.
덕분에 나도 같이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도 느껴졌고, 풋풋한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 속에 담긴 눈물도 같이 맛보았던 것 같다.
각 테마가 있기에 그 테마 속에서 저자의 삶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상하게 사랑에 대한 글보다는 가족에 대한 글에 더 마음에 갔다.
그 기억이 이상하게만치 나와 겹쳐지는 것은 기분 탓인 걸까?
그리고 저자 역시 나만큼 삶에 대한 고민과 방황이 많다는 것도...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되었던 것 같다.
세대가 같아서 그럴까?
단어 하나에도(국민학교 같은...^^) 뭔지 모를 동질감을 경험하기도 했다.
에세이집이지만 글 밥이 참 많다.
그 글 속에서 내가 찾은 저 문장은 꼭 곱씹어 보고 싶었다.
"당신 참 행복해 보여요. 비결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의외로 행복은 참 평범한 데 있는 듯한 저 대답이 역시나 눈길을 끌었다.
"추울수록 더 뜨겁고 진하게 우린 차를 마실 수 있거든."
나보다 일찍 세상에 던져졌고(20대를 앞두고 취업했다는 글을 미루어 볼 때), 여행과 작가라는 또 다른 세계에 일찍 던져졌다.
물론 나와 생활패턴과 삶의 방식이 다르기에 또 다른 삶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조금은 부러운 기분이 들었던 것은 당장 눈을 떴을 때 출근할 걱정도, 아이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 또한 그 안에서 또 다른 걱정을 가지고 살아갈 테지만 말이다.
여행을 떠나고,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다시금 추억을 반추해볼 수 있다는 것.
여행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그런 여행을 한번 꿈꿔본다.
아무리 봐도 이 글만큼 매력적이고, 내 자괴감을 다독이는 글이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산다는 건 각자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나의 내일이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도 저자의 말대로 내 세상으로의 여행을 기대해봐야겠다.
내 삶 또한 내 세상의 여행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