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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 마마
샐리 클락 지음, 김성순 옮김 / 영림카디널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갈수록 <여자로> 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을 보면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5명 중 1명이 강간을 당한다는 내용에서 정말 경악했다.
나 역시 성추행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2번이나... ㅠ
둘 다 고등학교 등굣길에 대중교통에서 벌어졌다.
좁은 만원 지하철 여성전용 칸에서 내 앞에 직장인같이 보이는 수많은 언니들이 있음에도 나는 아무 말 못 하고 내 허벅지에 닿은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처음에는 좁아서 그런가 했는데... 서울역에 가까이 오자 슬그머니 손을 치우는 그x을 보고 이게 성추행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체 울기만 했다.
아직도 그 형광 연두색 옷을 입은 그 남자를 기억한다.
또 한 번은 자신의 성기를 보여줬던 너무나 곰돌이같이 생긴 중년의 아저씨.
그때도 나는 울기만 했다. 결국 한 달 동안 아빠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등하교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화가 난다.
왜 나는 그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해주거나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을까?
한편, 내 친구는 지하철에서 성추행 하던 남자(잡고 보니 고등학교 교사였다.)를 신고하고 경찰서까지 갔다.
발뺌하는 그x은 결국 동영상과 옆에 있던 많은 증언자들 덕분에 처벌을 받았다.
내가 겪었던 일과 내 친구가 겪었던 일은 비슷할 수 있지만, 대했던 방향은 달랐다.
나는 그저 당하기만 했고, 내 친구는 그럼에도 그 상황을 당당하게 이겨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적어도 내 아이에게는 확실한 교육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십여 년 후 내 아이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나처럼 그냥 울고, 스스로 상처받고 피해 다니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굿걸(good girl)을 위한 교육을 넘어서 no라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딸과 여성이 필요한 시대다.
싫고 괴롭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움츠러드는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도 의사 표현을 하고, 해야 한다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꼬꼬마인 아이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너의 몸을 만지고, 네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안돼요"라고 이야기하라고...
이 책을 많은 엄마들이 접했으면 좋겠다.
딸들뿐 아니라 아들들에게 이런 교육은 정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사회 분위기가 되면 참 좋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