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터 -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
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신지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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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의 이노베이터를 읽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약간 겁을 먹기도 했지만, 내가 워낙 좋아하는

IT역사에 관한 책이라 이내 마음이 놓였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의 혜택은 평범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산물이다.그들은

새로운 것을 생각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컴퓨터, 트랜지스터,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터넷,

월드와이드 웹, 그리고 검색엔진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발명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월터 아이작슨은 그것을 "협력의 힘"으로 보았다. 뛰어난 천재들이 생각해 냈으나, 결국 완성은

여러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했다. 


예술과 수학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범용의 기계장치를 생각해냈고

결국 수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생각이 더해져 우리는 컴퓨터를 갖게 되었다. 인터넷은, 월드 와이드 웹은

어떤가?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치 않고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졌던 선구자들에 의해

기술은 진보했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의 기업과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유난히 "협력"에

인색했고, "공개"를 멀리해 왔다. 그 결과 점점 혁신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은 친구와 협력보다 경쟁을 강요받으며 자라난다. 모든 역사는 우리에게 오늘을 살아가는

교훈을 남긴다. IT역사에서 명멸했던 혁신가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말한다. 혼자서

할 수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좋은 친구를 만나고, 좋은 동료를 만나고, 필요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힘,...그것이 진정한 혁신의 힘임을 이 책은 IT혁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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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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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수필을 읽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끝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확실한 지향점을 가진 책이나 흥미진진함을 통해 나를 매혹 시키는 책들에 길들여져 있었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는 '칼의 노래', '남한산성'으로 내 기억에 자리 잡은 소설가 김훈의 수필이다. 

'라면을 끓이며'는 김훈의 생각을 따라가며 쓰여졌다. 재미나고 기발한 일상의 통찰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김훈의 생각을 찬찬히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따라가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작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이야기 중에 '세월호'에서 가슴이 무너졌다. 

"2014년 4월 16일의 참사 이후로 사태를 바라보는 이 사회의 시각은 발작적인 분열을 일으키며 

파탄되었다. 슬픔과 분노를 온전히 간직해서 미래를 지향하는 동력으로

가동시켜야 한다는 시각과 그 슬픔과 분노를 매우 퇴행적이고 소모적인 것으로 여겨

혐오하는 시각이 교차했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세월호 이야기를 김훈은 인간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세월호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하였다. 


의식의 흐름만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끝까지 읽기는 쉽지 않다. 작가의 생각에 동감하지 않는다면..

그 시각과 생각이 매우 독창적이고 신선하다거나 자극적이지 않다면...

그러나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는 문득 어떤 페이지를 펼치든 한 꼭지의 

마무리까지 읽게 되었다. 그것은 작가의 삶에 대한 소박하고 진솔한 태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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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된 이후부터 꼭 봐야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아 답답했었는데 버티던 CGV가 그래도 조금의 상영관을 열어주었죠. 어제(26일, 금) 심야시간에 신도림 CGV에서 보고왔습니다. 제가 심야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사람이 꽉 들어찬 적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아팠습니다. 무능한 국가때문에 개인들이 짊어져야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그리고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무능력으로 돌리려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도 겹쳐졌습니다. 그리 오래지도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때문에 어쩌면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가슴 아팠던 건, 늘 "할머니"들의 문제로만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위안부의 모습이 꽃 다운 나이의 "소녀"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찬란하기를 바랬던 나의 유소년, 청년 시절과 똑같이 그분들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심야영화를 혼자 보러가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바로 나옵니다. 그런데 어제 귀향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제작비 모금에 참여해주신 기부자들의 명단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심리 치료 중에 그렸다는 그림들이 하나하나 나타났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제 양 옆자리 앞뒤 거의 모든 분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끝까지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름 하나하나에 감사했습니다. 

 꼭 보시라는 말은 안하겠습니다. 안보면 안되는 분위기를 억지로 만들어가는 것도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우리 할머니들이 내가 지나온 젊은 시절과 같은 날들을 내가 아닌 국가의 잘못으로 인해 얼마나 참혹하게 보내야 했는지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내 아들 딸들에게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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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딸아이가 독감에 걸렸다. 

평소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 튼튼한 녀석인데 어딘가에서 옮은 모양이다.

밥한끼 거르는 법이 없었는데 목이 아프다며 저녁을 마다했다.

아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햐얀 쌀밥으로 죽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쌀죽이었다. 보통 죽이라고해도 각종 채소와 양념이 들어가서 강한 맛을 갖기 마련이다.

아내가 마련한 쌀죽은 말 그대로 하앴다. 

나는 저녁을 먹은 뒤라 배가 불렀지만 그 햐얀 모습에 끌렸다. 

한 숟갈 입에 넣었다. 깜짝 놀랐다. 아주 오랫동안 맛보지 못한 고소함과 단맛이었다.

쌀죽 그 자체로 너무나도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하얀 쌀죽에 간장을 조금 넣어 갈색이 퍼지는

모습이 미안할 정도로 쌀죽 그 자체의 맛이 좋았다. 


어느새 아내가 준 쌀죽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더해서 밥맛 그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구나."

그랬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단촐하고 순수한 것들을 '부족함'으로 오해했다. 

더하고, 섞고, 꾸며야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가득 채워짐으로 인해 세상에 존재하는 개별적인 고유한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비단 음식뿐만이 아니다. 

사람도, 책도, 영화도, 음악도 내가 대하고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어느새 복잡함과 화려함과 꾸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순수함을 말하기에 내가 너무 나이들었다고 누군가 말하겠지만 이제부터는

소박하고 단촐하고 순수하다는 말을 내 삶에서 더 많이 떠올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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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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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동기형을 만났는데, 다짜고짜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냈다. 

"꼭 읽어봐라..마케팅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될거야."

조지프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였다. 제목에는 많은 뜻이 숨어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코끼리를 떠올린다. 

바로 프레임의 함정이다. 


우리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책에서는 미국 진보와 보수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과

논쟁을 벌이며, 각자의 생각이 관철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때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인 조지레이코프가 10년만에 개정판을 내었다. 


쟁점이 되는 사안을 이야기할 때 어떤 단어를 선택할 것인가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해준다. 제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나에게는 꽤나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약점을 강점으로 둔갑시키기도 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는

프레임의 힘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각 사안별로 어떤 입장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의 생각을 어떤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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