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된 이후부터 꼭 봐야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아 답답했었는데 버티던 CGV가 그래도 조금의 상영관을 열어주었죠. 어제(26일, 금) 심야시간에 신도림 CGV에서 보고왔습니다. 제가 심야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사람이 꽉 들어찬 적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아팠습니다. 무능한 국가때문에 개인들이 짊어져야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그리고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무능력으로 돌리려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도 겹쳐졌습니다. 그리 오래지도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때문에 어쩌면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가슴 아팠던 건, 늘 "할머니"들의 문제로만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위안부의 모습이 꽃 다운 나이의 "소녀"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찬란하기를 바랬던 나의 유소년, 청년 시절과 똑같이 그분들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심야영화를 혼자 보러가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바로 나옵니다. 그런데 어제 귀향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제작비 모금에 참여해주신 기부자들의 명단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심리 치료 중에 그렸다는 그림들이 하나하나 나타났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제 양 옆자리 앞뒤 거의 모든 분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끝까지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름 하나하나에 감사했습니다.
꼭 보시라는 말은 안하겠습니다. 안보면 안되는 분위기를 억지로 만들어가는 것도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우리 할머니들이 내가 지나온 젊은 시절과 같은 날들을 내가 아닌 국가의 잘못으로 인해 얼마나 참혹하게 보내야 했는지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내 아들 딸들에게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