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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오랜만에 수필을 읽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끝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확실한 지향점을 가진 책이나 흥미진진함을 통해 나를 매혹 시키는 책들에 길들여져 있었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는 '칼의 노래', '남한산성'으로 내 기억에 자리 잡은 소설가 김훈의 수필이다.
'라면을 끓이며'는 김훈의 생각을 따라가며 쓰여졌다. 재미나고 기발한 일상의 통찰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김훈의 생각을 찬찬히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따라가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작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이야기 중에 '세월호'에서 가슴이 무너졌다.
"2014년 4월 16일의 참사 이후로 사태를 바라보는 이 사회의 시각은 발작적인 분열을 일으키며
파탄되었다. 슬픔과 분노를 온전히 간직해서 미래를 지향하는 동력으로
가동시켜야 한다는 시각과 그 슬픔과 분노를 매우 퇴행적이고 소모적인 것으로 여겨
혐오하는 시각이 교차했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세월호 이야기를 김훈은 인간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세월호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하였다.
의식의 흐름만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끝까지 읽기는 쉽지 않다. 작가의 생각에 동감하지 않는다면..
그 시각과 생각이 매우 독창적이고 신선하다거나 자극적이지 않다면...
그러나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는 문득 어떤 페이지를 펼치든 한 꼭지의
마무리까지 읽게 되었다. 그것은 작가의 삶에 대한 소박하고 진솔한 태도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