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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강박증. 모르면서도 다 안다는 듯 포장하려는 허위의식. 삶이 힘겹고 세상이 따분하게 생각되는 건 이와 같은 생각 때문이 아닐까? 어린시절이 행복하게 즐겁게 기억되는 건 이와 같은 생각이 없어서다. 그냥 좋아하면 하면 되고, 하고싶으면 즐기면 되는거다.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서 나무에 오르지 않는다. 나무에 올라가면 어떤 풍경이 보일까, 단지 그게 알고 싶어서 오른다. 그렇지만 나이를 먹으면? 우선 나무에 절대 오르지 않을거고, 설령 오른다해도 그것은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일거다.
무언가에 미친다는 것. 미치도록 좋은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 지 알고 있다는 것. 이 세가지 중 하나라도 자신이 해당된다면 그 사람은 분명 축복받은 사람이다. <재미>에 등장하는 한 가족, 경쟁사로 이직을 준비하는 아빠, 카메라를 사고 싶어하는 가정주부 엄마,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다. 때문에 이들의 가정은 불화의 연속이다. 아빠는 회사에서, 엄마는 친구들에게, 아이는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위태위태하게 살아간다.
이 책은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인생의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책이다. 매 장 말미에는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것처럼 구성된 읽을거리가 배치되어 있다. <배려>의 작가 한상복의 신작이라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책이다. 개인적으로 우화형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핑>처럼 핵심 메시지가 간결하지도 않고, 이야기의 구성에서도 서투른 흔적이 엿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마음에 든다. 아빠의 회사 직원 '노란머리 귀걸이'는 휴가를 내서 홍콩에서 열리는 오디오 쇼 구경을 가겠다고 동료들에게 말한다. 금쪽같은 휴가에, 돈도 만만찮게 들텐데라는 아빠의 말에 그는 웃으며 대답한다. "일도 많고 해서 이번에는 안 가려고 했는데요. 오디오 명장들이 총출동한다고 해서 말이죠" 더하여 '하얀 안경'이 거든다. "뭔가에 미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죠. 가슴 뛰는 기대감 때문에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더욱 잼있는 건, 덤으로 보너스까지 생긴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를 억누르는 훈련에만 익숙하다. 감정을 자제해야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해야하며, 사회적인 위치에 맞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즐기는 것을 불안해하고 죄악시한다. 하지만 즐거움을 미룬다고해서 이자가 붙어 훗날 더욱 즐거워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집트 사람들은 저 세상에 가면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할 거라고 믿었단다.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아냈는가, 다른 하나는 남에게 기쁨을 주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