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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행가 - 불굴의 개척자 6人의 열정과 도전정신
우한 엮음, 김숙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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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도전을 쉽게 얘기한다. 호기롭게 나섰다가 한두 번 실패를 경험하면 '이거 안 되는 일이다'라고 쉽게 포기한다. 그러나 진정한 도전은 그에 수반된 잠재된 실패를 견뎌낼 인내까지도 포함한다. 열 번이든 백 번이든 될 때까지 하라. 그런 각오 없이 '도전'이란 말을 쓴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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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출정하는 정화의 함대를 재연하는 공연이 펼쳐졌다. 정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인물이지만 정화는 중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본명은 마화. 1382년 운남성이 명나라에 함락돼 포로로 끌려가 거세되어 환관이 되었다. 정난의 변 때 연왕(燕王)을 따라 무공을 세웠으며, 연왕이 영락제로 즉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일곱 차례의 대선단을 이끌고 대원정을 나섰다. 동남아시아에서 아프리카 케냐까지 그가 원정을 나간 국가는 30여 개국에 가깝다. 정화의 해외원정은 명나라 초기 대단한 사건이었다.
정화가 동행한 사람은 수만 명에 이른다. 장군과 선원을 비롯해 통역관, 의사, 천문가 등의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따랐다. 정화의 선함에 담겨 오고간 물자는 문화교류의 핵심이 되었다. 말라카 왕의 방을 만든 기와와태국의 보탑, 말라카 사원을 지을 때 사용한 유리기와는 정화의 원정단이 제공한 것이었으며 대여섯 종류의 고운 삼베를 만들고 있던 인도반도의 고리국, 벵골에서는 정화 원정단의 도움으로 견직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정화의 원정대는 경제, 문화, 기술 교류의 핵심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大" 여행가였다.
원제가 古代旅行家的故事(옛 여행가들의 이야기)이다. 원제보다는 지금의 제목이 더욱 마음에 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대여행가"들이다. 60세가 넘은 나이에 불경을 구하기 위해 천축(인도)행을 시작한 법현, 갖가은 실패에 이어 양쪽 시력까지 잃고도 일본행에 성공해 천왕으로부터 전등대법사에 임명된 감진(監眞), 출신의 한계를 딛고 대완정을 완수한 정화까지 중국사를 뒤흔든 6인의 위대한 도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지막 장은 고대인들의 불굴의 도전정신과 열정이 살아 숨쉬고 있는 여행가들의 도전의 길 '실크로드'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위대한 사람들, 도전을 성공으로 이끈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조건, 시대를 탓하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나 많이 들어와 따분하기까지 한 이 진리를 또 다시 이 책을 읽으며 끄덕이는 건 사람과 그 사람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힘이라는 생각이든다. 나는 의심이 많아서 누군가가 경험한 이야기를 들어야 그 진리를 믿는다. 수많은 자기게발서에서, 갖가지 우화를 통해 듣고 또 들었던 이 진리가 이 책을 읽으니 가슴으로 와 닿았다. 스토리를 끌어가는 저자의 필력에 아쉬움은 남지만 '대여행가'라는 참신한 시도는 인정하고 싶다.
* 이 책에 등장하는 6인의 대여행가
1. 서역 개척의 선구자 장건(張騫) : 한나라의 여행가이자 외교관. 한 무제의 명을 받들어 서역으로 출발했다가 갖가지 고초를 겪고 10년 만에 귀국. 서역 제국의 사절과 대상들을 데리고 오면서 서역의 지리, 민족, 산물 등에 관한 지식이 중국으로 유입됐다.
2. 65세에 히말라야를 넘은 법현(法顯) : 동진의 승려. 60세가 넘은 나이에 불경을 구하기 위해 인동행을 시작했다. 귀국까지 15년 동안 순방한 나라가 30개 국이 넘었다. 귀국 후 여향기 <불국기>를 집필했다.
3. 혈혈단신 천축행 현장(玄裝) ;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의 실존 인물. 힌두쿠시와 파미르 고원의 험로를 거쳐 경전과 불상을 가지고 장안으로 돌아왔다. 당 태종의 후원으로 수많은 경전을 번역하고 인도 여행기 <대당서역기>를 저술했다.
4. 5전 6기로 일본에 간 감진(鑒眞) : 당나라 승려. 계율을 펼치기 위해 일본으로 가려했으나 제자들의 방해와 난파로 실패를 거듭하고 열병으로 시력까지 잃었다. 여섯 번째 일본행에 성공해 나라의 동대사(도다이지)에 들어갔다.
5. 대원정의 완벽한 집행 정화(鄭和) : 운남성 지방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환관이 되었다. 영락제의 명을 받아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일곱 차례 대선단을 이끌고 30여 개 국을 원정하였다.
6. 서책을 버리고 천하를 누빈 서하객(徐霞客) :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지리적 흥미에 생애를 바쳤다. 그의 기록을 모은 것이 <서하객유기>이다. 중국 산하의 지형과 지질을 과학적으로 기록하여 뛰어난 지리학자로 조명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