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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
박철범 지음 / 다산에듀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 나무에 오르지 않는다. 그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면 어떤 세상이 보일까, 단지 그것이 궁금해 올라간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절대 나무에 오르지 않는다. 혹여 나무에 오른다면? 그건 나무 너머의 세상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나무에 오르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어린 시절 박철범 군이 집 옆의 공사장의 인부 아저씨들을 따라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는 장면에서 나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되었다. 누가 시켜서도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닌 단지 하고 싶어서 했던 나의 모습들. 《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의 박철범 군의 이야기를 읽으며 잃어버린 나의 어린 시절이 아련히 떠올라 지금의 내 모습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박철범 군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학창시절을 경험했지만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천지차이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면서 가난과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꿈을 찾아간 친구다. 수차례 전학을 다니며 원만한 교우관계도 유지하기 힘들었고, 정상적으로 차근차근 학업의 단계를 밟아갈 수도 없었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외면에 포기라는 유혹의 손길을 받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상은 노력한 만큼 되돌려 준다는 것을 말이다.
어린 시절의 모든 경험들이 그에게는 힘이 되었고 응원의 원천이었다. 할머니를 도와 밭일을 하면서는 땀 흘려 일한 만큼 풍부한 결과를 내어주는 땅을 보면서 꿈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공부와 땅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보여주기’ 방식으로 가르치고 끝까지 그를 믿어주고 지지해준 어머니는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원이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꿈을 쫒아 열심히 달렸다.
철범 군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것은 단순히 어떻게 꼴지가 1등이 되었는지에 관한 것은 아니다. 가지지 못한 것을 탓하고, 내가 처한 불리한 환경만을 한탄하며 지레 포기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그의 힘든 삶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와 우정은 아직까지 세상은 사랑이 있기에 살아갈만한 곳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우리 청소년들, 그리고 현실에 찌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