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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쇼 - 세상을 지켜온 작은 믿음의 소리
제이 엘리슨 지음, 댄 게디먼 엮음, 윤미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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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한 사람이 놀라운 일을 해내는 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사람과 '비범한'사람의 차이는 지위나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 조디 윌리엄스,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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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윌리엄스는 199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국제지뢰금지운동의 설립자이자 대표이다. 그녀가 이렇게 국제평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고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전철역에서 받아든 전 세계적 사회운동에 관한 한 장의 전단지를 받고 그날로 국제평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말로만 떠벌리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은 오직 우리의 행동을 통해서만 밝혀질 수 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행동과 실천을 통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들려할 때, 우리는 더 엄청나고 더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
지난 주말 내내,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뉴스에 가슴이 아팠다. 그때 이 책 <라디오쇼>의 조디 윌리엄스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누군가가 놀라운 일을 해낼 때, 나는 행동의 힘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믿음이. <라디오쇼>는 1950년대 미국 CBS라디오에서 명 앵커 에드워드 머로가 진행하는 '내가 믿는 것(This I Believe)'이라는 이름의 라디오쇼에 보내온 사람들의 사연과,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2000년대 다시 부활한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낸 사람들의 신념 고백을 엮은 책이다. 약 80여명의 신념이 들어있는데 빌 게이츠, 존 매케인, 콜린 파월 등의 유명인사부터 일용직 노동자, 어떤 이의 부모 등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어떠한 종교, 정치적 사상에 대한 편견 없이, 그냥 단순히 자신이 믿는 어떠한 신념에 관해 말하고 있다. 변호사인 설리번의 신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장례식에 꼭 가야한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말 때문에 그렇게 하기 시작했지만 이제 그것은 그의 삶의 신념이 되었다.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그는 거창하고 영웅적인 것들을 말하기 앞서 인생의 불가피한 일들과 가끔씩 찾아오는 큰 재난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작은 불편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소설가인 릭 무디는 독서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이고 무한한 자유를 믿는다. 어떠한 독서법으로 책을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독서의 기쁨과 열정이 자신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는가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 고흥주의 고백도 담겨 있어 흥미롭다. 미국 국무부의 민주주의, 인권, 노동 담당 차관보를 역힘하기도 한 그는 자유가 전염된다고 믿는다. 공직생활을 하며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던 그는 방문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평양과 서울의 밤하늘을 내려다 보며 북한에서 만났던 정부에 짓밟힌 주민들의 초점이 풀린 눈을 떠올린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와 북한의 어두운 미래를 만들어 낸 유일한 차이점은 두 나라의 정부이고, 때문에 더욱 더 자유의 밝은 빛을 믿게 되었다고.
그것이 사소한 것이든 중대한 것이든 무언가를 믿고, 자신의 신념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목소리 내어 말할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적극적이고 영향력 있는 영부인들 중 하나로 꼽히는 엘리노어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무엇을 믿을 수 있는지, 그 믿음에 따라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내는 것. 어쩌면 바로 그게 우리 모두가 해야 했던 일일 거라고. 보통사람들의 신념이, 가치관이 흔들렸던 지난 주말과 지금 이 순간, 유난히 <라디오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목소리가 반갑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