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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어느날 과학이 세상을 벗겨버렸다
이종필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평점 :
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 또 그들만의 논리와 그들만의 이론으로 현상을 읽어보는 데에는 남다른 재미도 있다. <괴짜경제학>의 스티븐 레빗은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 마약 판매상은 왜 어른이 되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지, 낙태의 합법화가 범죄율을 과연 줄였는지 등등 경제학과는 무관해 보이는 것들을 경제학적인 논리로 설명한다. 사회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제학으로 명쾌하게 설명해내는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그 논리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찬가지로 과학으로 바라보는 세상도 다르며 흥미진진하다. 특히 과학과 동떨어져 보이는 정치, 문화, 사회 등에 관한 이야기라면 말이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는 문,이과의 구분이 엄격한 우리 사회에서 과학과는 담 쌓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문화, 사회 등 보다 친숙한 이야기로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1인 1표를 진화론과 우주론을 끌어 설명한다거나, 영화 <니모를 찾아서>가 만들어지기 까지 과학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고, 그 안에 어떤 과학적인 요소가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게임이론에 끌어다 그 이해득실을 따져보기도 하고, 사주와 풍수가 과연 과학적 원리로 설명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한때는 온 나라를 떠들석 하게 만들었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관한 내용이었다. 복잡다단한 현실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상황을 단순화 시키고 그에 따른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게임이론이론과 같은 과학적인 툴로 어떤 상황을 재단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도 함께 제기한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 건을 통계화 했을 때, 문화적, 사회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는 당연히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특성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묻어나는 정치적인 색채 때문에 조금 읽기 거북했던 책이다. 특히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그 색채가 너무 강해 과학책인지, 사회비판을 하기 위해 과학을 끌어다 쓴 책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물론 정치적 입장은 개인적인 것이기에 독자들이 와가왈부 할 사안은 아니지만, 내가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의 이 책의 의도, 즉 '과학적인 사고로 세상 바라보기'가 맞았다면 이 책은 실패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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