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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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질문이 아닐까?(p23)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철학이든 철학의 업데이트든 솔직히 아무 관심없는 독자였거든요.

제 삶에 고민이 생기니 그때서야 철학에 눈길이 가더라구요.

내 사소한 고민 정도는 옛성인들의 말씀과 글로 싹 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별자리 운세 보듯이 철학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따박따박 내가 원하는 답이 쏟아지기를 바라면서요.

그러지 않으면 뭐야 이거, 볼 것도 없네 실망하면서요.

철학에 너무나 문외한이었던거죠.

어떤 철학책도 생에 대한 단답식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데 말이에요.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은 철학자의 말을 어떻게 내 삶에 끌어들여야 하는지를 알려줘요.

철학을 배우고 익히고 탐구하는 걸 넘어 철학에 반론을 제기해 보래요.

"삶의 궁극적인 목적 없이도 인간은 흔들리지 않고 전진할 수 있지 않을까?"

"욕망을 벗고 속세를 떠나는 사람만이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게 맞을까?"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철학을 할 수 없을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배부른 돼지보다 더 행복할까?"

"변치 않는 나, 진정한 나라는 게 정말 있을까?"

"가상세계의 행복은 가짜 행복일까?"

"SNS와 멋진 장소 중 과연 어디가 가상의 세계일까?

"노동의 생산물에서 소외되지 않은 노동자는 소외되는 노동자보다 얼마나 더 만족할까?"

"달라진 로맨스, 사랑은 절대적인걸까? 혹은 절대적이어야만 꼭 가치가 있는걸까?"

속이 갑갑할 때 읽어서 그런지 책과 함께 주제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유익했어요.

개인의 사사로운 고민에 질문을 던지는 류의 책은 아니기 때문에

읽는다고 머리가 개운해지거나 속이 시원해지지는 않지만요.

같이 고민하는 동안 제 생각을 약간 다른 방향으로 틀어주는 건 있더라구요.

저뿐 아니라 모두에게 삶은 이러나 저러나 답이 없는 류의 것이고

2,500년 전의 철학자에게도 100년 전의 철학자에게도

당연히 오늘의 제게도 어려운 게 맞더라는 확신도 위로가 됐구요.

철학을 부수는 철학, 상식에 도전하는 불량한 인문학, 새롭게 정의하는 21세기의 철학.

오석종 작가가 지향하는 철학의 방향은 독자의 가슴에 무수한 물음표를 던져주고

독자 스스로 자신의 물음표를 찾아 끊임없이 생에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었어요.

저 한정해서는 매우 성공적인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저의 무용한 시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고민을 마무리 지은 것처럼

여러분들도 이 책으로 삶과 사회와 응답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래요.


#웨일북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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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축제의 땅 그리스 문명 기행
김헌 지음 / 아카넷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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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이 죽음을 잊고

영원한 존재인 신들과 하나가 되는 현장(p18)

"불멸의 신을 기리면서 삶이 언젠가는 없어질 것임을

가슴 깊이 새기는 역설의 순간"(p18)

신화의 땅 고대 그리스.

그 땅에 살던 신이 많아서일까요?

알고 보면 축제가 참 많았습니다.

전쟁조차 막을 수 없는 올림피아 제전이 4년에 한 번씩,

코린토스의 이스트미아 제전이 2년에 한 번 봄마다,

이스트미아 제전과 같은 해에 네메이아 제전이 또 가을에,

태양이 작열하는 7. 8월엔 아프로디시아 제전이 열렸구요.

추석의 보름달이 뜨면 8일간의 엘레우시스 제전도 개최됐어요.

퓌티아 제전이나 이 책에 소개되지 못한 축제들까지 감안하면

고대 그리스 알고 보면 365일 축제가 열렸던 건 아닐까요?

<일리아스>에는 축제가 시민들에게 주는 흥분의 정도를 짐작케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를 화장한 후 곧장 운동경기를 개최하는데요.

장례식이니 축제와는 결이 다르지 않는가 생각할 수 있지만 장례 후의 모습이 후덜덜해요.

달리기, 권투, 레슬링, 원반던지기, 활쏘기, 전차 대회, 창 던지기, 결투 등

올림픽으로 익숙한 종목들이 전우를 잃은 병사들을 위로하고 피 끓는 호승심을 깨우거든요.

상품도 어마어마해서 여인과 세발솥, 황금과 무기, 포도주가 우승자에게 내려졌어요.

헥토르와의 전투, 장례식을 빼면 아무 존재감 없던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애도가 이 정도인데

영웅과 신들께 올리는 제사와 이후의 경기, 경연은 얼마나 남달랐을지 가늠이 되고도 남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그리스의 여러 비극 또한 퓌티아 제전의 유산들입니다.

그런 축제들의 뒤를 쫓아 그리스로 달려간 김헌 작가님은

벌거벗은 세계사, 차이나는 클라스, 요즘 책방에서는지성을 뽐내시더니요.

이번 책에서는 그리스 하늘의 아름다움과 바다의 눈부심을 자랑하고

이제는 참가할 수 없거나 남았어도 형태는 다른 그리스의 축제들을 소개합니다.

축제 또한 고대 그리스 역사의 큰 축이었음을, 그 속에 담긴

신화와 종교, 문화의 이야기로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더불어 너무 부럽고 배 아픈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가을장마에 울적한 마음이 그리스 새파란 하늘에 일렁일렁했어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하데스로 내려갔다는 엘레우시스에 가고 싶어요.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진 아라호바에서 맥주도 마시고 싶구요.

여행 총알 장전해서 언제가는 꼭 레스토랑 이타키에서 사르니코스만의 석양을 볼래요.




📕아카넷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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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축제의 땅 그리스 문명 기행
김헌 지음 / 아카넷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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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축제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재미나요. 조곤조곤한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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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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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의 역사와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 분노도 부끄러움도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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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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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사냥'은 전시총동원으로!

찌는 듯이 무더운 남방에서는 아귀 같은 미국과 영국을 쳐 물리기 위한 싸움이

매일같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조선의 더위쯤은 문제도 아닙니다.

<애국반 화회보>, 1943년 월 1일 제32호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

보람 있게 죽자.

"오늘날 대동아인으로서 이 성전에 참가함은 대운 중에 대운임이 다시 의심 없다.

어떻게든지 참가하고야 마는 최고 명령을 받고 있다.

최남선, <매일신보>, 1943년 11월 5일 자

 

 

나는 천황의 신민이다. 내 자손도 천황의 신민으로 살 것이다.

이광수라는 씨명으로도 천황의 신민이 못 될 것이 아니다.

그러나 향산광랑이 조금 더 천황의 시민답다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이광수, <매일신보>, 1940년 2월 20일 자

 

출정하는 자제에게 주는 말

아들아 오늘 나가거든 마지막까지 참고 버티어서 끝끝내 이기고 돌아오라.

이기지 못하겠거든 신던 신 한 짝이라도 이 아버지는 돌아오기를 원치 않는 줄 알아라.

김동환, <신시대>, 1944년 3월 호

 

징병제 실시는 조선인 최대의 감격,

영예 완수에 최선을 다하자!

이범익, <만선일보>, 1942년 5월

 

 

친일인사들의 선동선전 좀 보세요.

열 받을 거 각오하고 읽었는데도 울화통이 치미는 거 있죠?

친일한 놈들 왜 이렇게 많죠?

친일한 놈들 근데 왤케 다들 잘 살았죠?

친일한 놈들 죽을 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친일하길 잘했다 그런 생각?

한 줌 후회라도 가슴에 품고 간 사람이 과연 있긴 했을까요?

해방의 해자도 못꺼내게 콱 밟아버렸어야 했다고 생각한 인간들이 더 많았을까요?

저 정말 그 속이 궁금합니다.


매국노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그들 을사오적을 시작으로요.

경미칠적, 경술국적, 그밖의 다양한 친일파 150여 명의 행적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일본에 작위를 받은 귀족들과 3.1 혁명을 방해한 친일파들과 경찰, 밀정, 명망가, 관리, 군인, 예술가, 교육인 기타등등

신분과 직업과 나이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나라 팔아먹은 걸로는 어디 가서도 빠지지 않을 인물들이 총망라되어 있어요.

일부는 독립운동가 손에 암살 당하구요.

일부는 해방 후 북한에 납치되어 실종되기도 합니다.

일부는 소련에 끌려가 강제노동형에 처해지기도 했네요.

드물지만 일본에 배신 당한 후 피 토하며 사망한 자도 보이구요.

밀정짓이 들켜 동네 사람들에게 맞아 죽은 자도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거의는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살만큼 살다가 해방 전에 사망해 야스쿠니 신사에서 추도되거나 추가 작위, 훈장, 땅, 돈까지 받아 후세까지 떵떵.

해방 후라도 별 다를 게 없는 게 미군정의 이해 관계에 따른 친일파 등용, 이승만의 노골적인 보호에 기세등등 장난 아니었어요.

친일파 노덕술이 해방 후 수도관구 경찰청 수사과장이 되어 의열단 단장 김원봉을 체포하고 그의 뺨을 갈겼다는 이야기는

다시 보아도 다시 들어도 억울하고 분해서 증말 페이지 찢어버리고 싶더라구요.

반민특위 때 이런 놈들 싸그리 잡아 넣었어야 했는데 이승만이 노덕술 석방하라고 지랄을 떨었다니 어휴어휴.

노덕술 같은 인간이 옆에 있어야 두 발 뻗고 잘 수 있다는 인간을 여전히 국부라 칭송하는 이가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이광수의 민족개조론, 지원병 장행가, 애국일의 노래 등도 이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는데요.

"진실이 문인의 생명이며 허위를 참지 못함이 문인의 본색"이라고 쓴 이광수.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목숨을 바쳐 "우리나라 일본"을 지키라 노래한 그가 자기 목숨은 왜 그리 아꼈는지 몰라요.

할애된 페이지를 보니 친일 이력이 상당한 인사던데 국사 시간이든 문학 시간이든 너무 졸았었나 봅니다.

이광수의 친일에 대해 제가 큰 반감이 없었다는 점이 신기하게 생각되었어요.

그 밖에 채만식, 김동인, 서정주, 최남선 등 문인쪽에도 친일파가 너무 많았더라구요.

사실 이 부분에선 제가 여전히 가치관 정립이 안되어서요.

문학을 작가와 별개로 봐야하는지 하나로 봐야하는지 답을 못내리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시험 치러 간 학생이 학도병으로 강제 징용 당한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접하고 나면 문학 까짓 그게 뭔데! 싶어져요.

지원병 끌어들이려고 동네방네 돌며 휘날린 깃발 이름 좀 보세요.

"청춘만장", 일본 입장에서는 군인들 환송하는 깃발이라 장렬하게 떠난다고 장행기라 불렀지만

우리는 젊은이들 죽으러 가는 깃발이라 청춘만장이라 그랬대요.

그 깃발의 앞에서 칭송이 자자한 저 문인들의 펜도 함께 휘날린 거였어요.


객관적이고 침착하게 차분한 독서를 하려고 했는데 읽는 내내 그게 잘 안됐어요.

일제 시대에 태어났으면, 네, 저도 친일했을지 몰라요.

이놈의 허약한 정신머리와 육신으로 저항정신 한소끔이라도 발휘했겠냐구요.

적극적으로 친일에 가담하진 않았을지라도 무서워서, 피해 입기 싫어서 저도 부역했을지 몰라요.

그럼 저도 당연히 욕 먹어야죠.

나도 했을지 모르니까 저들을 이해한다고, 욕하지 않겠다고 말하기 싫어요.

시대의 희생양이다, 민족을 위한 친일이었다는 변명은 같잖잖아요.

더 큰 작위를 얻고 더 큰 부를 얻고 더 큰 명예를 누리려고 이웃의 아들딸들을 전쟁터에 밀어넣은거잖아요.

일본이 더 떵떵거리고 잘살 줄 알고 나라도 팔아먹은 거잖아요.

짧은 세월이든 긴 세월이든 한껏 누리고 살면서 생존 때문이었다 말하면 정말 죽지 못해 살았던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내가 그들과 다르지 않아 그들처럼 행동했을거라 가정하더라도 잘못은 잘못이니까 우리가 같이 변명해 주진 말자구요.

친일인사들이 다 죽어 저승으로 떠난지 오래인데 이런 작업, 이런 책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가 의아하시다면

박시백의 역사만화 <친일파 열전>을 꼭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친일의 역사를 파헤치고 낯낯의 인사를 보고 알고 기억하게 하는 의의뿐 아니라요.

어느 시대 속에서 살아가든 이런 식의 방법, 이런 식의 방향으로 열심히 살지는 말자는 깨달음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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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북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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