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철학이든 철학의 업데이트든 솔직히 아무 관심없는 독자였거든요.
제 삶에 고민이 생기니 그때서야 철학에 눈길이 가더라구요.
내 사소한 고민 정도는 옛성인들의 말씀과 글로 싹 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별자리 운세 보듯이 철학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따박따박 내가 원하는 답이 쏟아지기를 바라면서요.
그러지 않으면 뭐야 이거, 볼 것도 없네 실망하면서요.
철학에 너무나 문외한이었던거죠.
어떤 철학책도 생에 대한 단답식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데 말이에요.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은 철학자의 말을 어떻게 내 삶에 끌어들여야 하는지를 알려줘요.
철학을 배우고 익히고 탐구하는 걸 넘어 철학에 반론을 제기해 보래요.
"삶의 궁극적인 목적 없이도 인간은 흔들리지 않고 전진할 수 있지 않을까?"
"욕망을 벗고 속세를 떠나는 사람만이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게 맞을까?"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철학을 할 수 없을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배부른 돼지보다 더 행복할까?"
"변치 않는 나, 진정한 나라는 게 정말 있을까?"
"가상세계의 행복은 가짜 행복일까?"
"SNS와 멋진 장소 중 과연 어디가 가상의 세계일까?
"노동의 생산물에서 소외되지 않은 노동자는 소외되는 노동자보다 얼마나 더 만족할까?"
"달라진 로맨스, 사랑은 절대적인걸까? 혹은 절대적이어야만 꼭 가치가 있는걸까?"
속이 갑갑할 때 읽어서 그런지 책과 함께 주제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유익했어요.
개인의 사사로운 고민에 질문을 던지는 류의 책은 아니기 때문에
읽는다고 머리가 개운해지거나 속이 시원해지지는 않지만요.
같이 고민하는 동안 제 생각을 약간 다른 방향으로 틀어주는 건 있더라구요.
저뿐 아니라 모두에게 삶은 이러나 저러나 답이 없는 류의 것이고
2,500년 전의 철학자에게도 100년 전의 철학자에게도
당연히 오늘의 제게도 어려운 게 맞더라는 확신도 위로가 됐구요.
철학을 부수는 철학, 상식에 도전하는 불량한 인문학, 새롭게 정의하는 21세기의 철학.
오석종 작가가 지향하는 철학의 방향은 독자의 가슴에 무수한 물음표를 던져주고
독자 스스로 자신의 물음표를 찾아 끊임없이 생에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었어요.
저 한정해서는 매우 성공적인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저의 무용한 시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고민을 마무리 지은 것처럼
여러분들도 이 책으로 삶과 사회와 응답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래요.
#웨일북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