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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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읽고 있는 요즘 제 관심은 온통 그리스로마에 쏠려있어요.

그 관심을 충족시키다 못해 마구마구 증폭시켜주는 책을 만났는데요.

이상록 아티스트의 <로마 시티>, 부제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입니다.

부제를 증명하듯 <로마 시티>에는 세기 벅찰만큼 어마어마한 수의 삽화가 실려있어요..

일러스트 작업을 외주 주지 않고 모두 이상록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완성한 작품들이에요.

일러스트레이터, 아트디렉터, 게임 컨셉 아티스트, UI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쌓은 실력을

여기 <로마 시티> 속에 모조리 쏟아부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삽화들이 방대합니다.

인물, 건축물, 거리 풍경, 명화, 지도, 유적, 보물 등 이상록 아티스트의 손을 거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특별해서요.

글자를 접하기 전에 그림만 봐도 가슴이 뛰더라구요😍🥰

그렇다고 일러스트만 예쁘다고 생각하심 그건 오해, 로마 오산입니다.

2700년 역사를 개괄하며 들려주는 로마의 흥망성쇠가

단 1초 단 1분도 지루하지 않고 읽는 내도록 흥미진진했어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제외하고] 여태 읽은 모든 로마사 책 중 가장 재미있습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해해 주세요, 저 지금 그 양반한테 완전히 빠져있어서요.

가독성으로만 본다면 인정! <로마 시티>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보다 한 수 위입니다.

실은 두 수.. 아니 세 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엔 일러스트가 없으니까요🙄😁

1백년도 5백년도 아닌 2700년이라는 시간을 작가님이 대략 580 페이지로 줄였는데

그걸 다시 줄여서 손바닥 하나만한 줄거리로 요약할 엄두가 안나요.

대신에 리뷰 쓰는 지금 딱 기억나는 장면 세 가지랑 작가님의 색다른 관점 하나만 정리할게요.

첫 번째는 카이사르는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거에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브루투스전에서 이 말을 엄청 찾았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보였거든요.

알고 보니 셰익스피어가 <줄리어스 시저>를 쓰면서 극의 재미를 위해 이 대사를 만든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브루투스 너마저"가 보고 싶은 분들은 로마사 책이 아니라 셰익스피어 선집을 찾아보시길 바래요.

아참! 스파르타쿠스 최후의 이야기로 알려져있는 노예들의 동시다발 "내가 스파르타쿠스요!" 또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 <스파르타쿠스>를 제작하며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래요.

전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일어나 자신이 스파트라쿠스라고 자백하는 장면이 참 감동적인데 실화가 아니라니 아쉽죠?

두 번째는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를 품은 폼페이의 모자이크입니다.

메멘토 모리를 뜻하는 해골이 양손에 포도주 병, 즉 까르페 디엠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요.

죽음을 잊지 말되 오늘을 즐겨라는 로마의 정신을 폼페이의 모자이크,

그것도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만나는데 어쩐지 울컥하더라구요.

우리 진짜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살아요😝🤩

세 번째는 세계사 TOP 5에 들어갈만한 폭군 네로 황제에 대한 이야기에요.

로마에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들고 노래를 불렀다는 스토리가 지금 봐도 충격적인데

실제로는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피해지역으로 달려가 소방 작업을 지휘했다고 합니다.

이재민을 위해 황궁도 개방하고 지원과 재건 조치도 신속했는데 왜 이런 소문이 붙었는고 하면,

1차적으로는 어차피 불난 김에 녹지 공간 좀 조성해보자며 공용호수와 정원을 만든 게 실수였더라구요.

하필이면 이름도 황금 궁전인 공관건물을 지었으니 사람들이 열이 받겠습니까 안받겠습니까😱😭

2차적으로는 바빌론이 악명 높은 도시로 남은 것과 좀 유사한 이유에요.

베드로와 바울의 순교와도 관련된 기독교 박해 때문에 이후 그리스도 사회에서는 네로가 용납 못할 군주였던거죠.

기록말살형에 처해져서 기념물, 조각상, 공식문서, 비문 등이 모조리 파괴되었는데요.

네로가 물론 모친도 죽이고 아내도 죽이고 미친 짓을 많이 했던 건 맞는데

그렇게 따지면 친아들, 아내, 장인까지 죽인 콘스탄티누스나 그리스 주민 7천명을 학살한 테오도시우스는

왜 여전히 대제로 칭하느냐 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님 때문에 저도 네로를 새롭게 보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로마 제국의 빵과 서커스 얘기도 빼먹으면 안될 것 같아요.

시민으로 하여금 먹거리 걱정없이 정치에는 최소한의 관심만 기울인 채

대부분의 에너지를 각자의 쾌락을 위해 쓰게 만드는 사회가 정말로 나쁜 게 맞는가.

로마제국이 빵과 서커스로 시민들의 정치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고 한결같이 비판하는데

그래서 빵도 서커스도 없었던 중세 천 년 동안의 사람들은 그만큼 정치에 관심을 쏟았는가.

중세 사회가 로마 보다 더 발전한 사회였다고 볼 수 있는가 역으로 질문을 던지더라구요.

정답이 있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이런 류의 관점, 시각이 모두 신선했어요.

로마 시티를 읽느라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잠깐 멈춤한 상태인데요.

남은 4권과 5권을 마저 읽으면서 로마 시티 속의 이야기와 풍경과 사람을 찾으면서

이상록 작가님의 관점과 플루타르코스의 관점을 비교하며 로마에 대해 계속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병렬독서 정말 최고죠?


+책과함께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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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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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도 아묻따 작가님. 책 얼른 도착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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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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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햄프셔주 얼턴시의 변호사 앤드류 포레스터를 내 재산의 집행자로 임명하며,

몇 가지 예외를 제하고 현재 영국 내에 살아 있는 가장 가까운 남자 친척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한다.(p239)

이거 혹시 오만과 편견 혹은 제인 오스틴의 또다른 소설 속의 문장인가 싶으실 거에요.

가장 가까운 남자 친척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한다니 너무 익숙한 설정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유언장이 1832년도 아닌 1932년도에 쓰여져서요.

10년도 더 후에 폭탄 같이 공개가 되버립니다.

햄프셔주, 초턴, 1946년 1월 15일, 영국의 그레이트 하우스에서 말이지요.

초턴 그리고 그레이트 하우스, 제인 오스틴 팬에겐 꽤 익숙한 지명이지요?

제인 오스틴이 생에 마지막 불꽃을 피우며 작품을 썼던 곳이자 작가의 오빠가 살았던 곳이랍니다.

설득에서도 앤의 동생 메리의 시부모님 댁으로 그레이트 하우스가 등장했어요.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시절처럼 한사상속법이 남아있던 시기도 아니건만

제임스 에드워트 나이트는 하나뿐인 딸 프랜시스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 합니다.

독자인 제 눈에는 어디로 어떻게 봐도 딸에 대한 심술 같아요.

총기 사고로 사망한 아들을 제외하면 유일한 상속자이건만 결혼도 안해 애도 안낳아

꼴도 보기 싫은 제인 오스틴의 망령과 팬을 위해 기념관까지 설립할 계획을 아비 몰래 세우다니

내가 왜 재산을 물려줘야 하냐 고생 좀 해보라며 유언장을 싹 갈아치워버린거지요.

일평생 살아온 제 집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한 프랜시스.

아버지로 인해 사랑이 좌절된 후 집에 매인 유령처럼 살아왔건만 하늘도 무심하시죠.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은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의 회원들이 프랜시스를 위해 똘똘 뭉쳐요.

여기서 잠깐! 성격도 성별도 직업조차 다양한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의 회원들을 소개할게요.

애덤 :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발족을 처음 주장한 인물이에요.

1차 세계대전으로 두 형을, 병으로 아버지를 여읜 후 자존감을 깎아먹는 성격 괴팍한 노모와 살고 있어요.

책 읽는 건 좋아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요.

어느 날 아름다운 미국 관광객의 강력 추천으로 오만과 편견을 읽고 제인 오스틴 월드에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박사 그레이 : 초턴의 로맨틱가이, 능력있는 꽃미남 의사에요.

아내와 사별 후 혼자 사는 그레이 박사에게 온마을의 여심과 관심이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

그런 박사가 유일하게 관심을 주는 여성이 초턴에 처음으로 부임한 여교사, 애덜린이에요.

누가봐도 빤한 분홍분홍한 박사의 마음을 본인만 모르는 얄궂은 상황에 빠져있어요.

에덜린 : 초턴에서 태어나 자랐구요.

대학을 졸업한 후엔 초턴의 선생님으로 부임해 고향으로 돌아와 소꿉친구와 결혼합니다.

고작 일주일도 안되는 신혼생활 후 전장으로 떠난 남편이 사망하고 뱃속의 아이마저 잃고 말아요.

깊은 절망에 빠져 있던 에덜린은 제인 오스틴 소설의 문고판을 재독하며 절망에서 일어서는 중이에요.

미미 : 본명은 메리 앤,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에요.

서른 중반을 넘겨 이제는 치고 올라오는 젊은 배우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숙명에 놓여있지요.

20대에 홀로 초턴을 여행할만큼 제인 오스틴 작품을 사랑합니다.

자살한 아버지가 유일하게 웃으며 읽었던 책이자 매일 밤 딸에게 읽어준 책들이거든요.

나쁜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사업가 잭에게 육체적으로 끌리고 있어요.

결혼 선물로 그레이트 하우스를 선물하려는 잭 때문에 다시금 초턴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레이트 하우스의 상속녀 자리를 내주게 된 프랜시스,

프랜시스의 동창생이며 나이트 가의 변호사인 앤드류,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으로 하녀 일을 하고 있는 십대 소녀 에비,

그 밖에도 더 많은 소사이어티 회원들이 있지만 인물을 다 설명하다 보면 스포가 될 수 있어 패스패스!

제게는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가 아름다운 웨딩 케이크 같았어요.

다양한 인물들의 알록달록 설레는 사랑들이 웨딩케이크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에 설렘 폭발.

나름 반전 로맨스까지 구축하여 독자의 입에서 꺄악! 놀람과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답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두고 나누는 인물들의 대화도 정말 좋구요.

그들이 뿜어내는 작품에 대한 애정에 함께 흐뭇해져요.

전쟁의 포화에 가족과 연인을 잃지만 그럼에도 계속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생존자들의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인 오스틴 식으로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점도 감동적이에요.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설득, 노생거 수도원, 에마, 맨스필드파크.

제인 오스틴의 완성작 여섯 권 중 앞의 세 권 밖에 안읽은 독자인데 남은 세 권도 얼른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제인 오스틴의 매력을 모르는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시작으로 하나씩 찾아읽으시면 좋겠어요.

우리 다 같이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의 회원이 되어보자구요💕

 

 

그런데요. 제인 오스틴 소설도 꼭 읽어보세요.

일단 <오만과 편견>을 시작하시고, 그 다음엔 <에마>를 읽어보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거든요.

남 일에 과감하게 나서길 좋아하면서 정작 본인 일엔 눈치가 없는 여자가 주인공이에요.

제발 한번 읽어보시면 안될까요? (p18)

 

+ 하빌리스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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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2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2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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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건지, 책이 술술 넘어가니 혹 내가 잘못 읽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2권 완독해서 3권 넘어가요. 강추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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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2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2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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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키몬과 루쿨루스, 근친상간과 가난, 불륜 중 뭐가 더 추문인거죠?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근친상간이 흠이 아닌 줄로 알았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변신 이야기를 읽으면서 신들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 내 착각이었다. 키몬과 루쿨루스는 근친상간의 추문에 휩싸였는데 정적에 의해 부풀려진 면도 있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정확치가 않다. 공직에서 내려와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고 다만 남들 보기에 떳떳하지 않았다는건데 읽다 보면 살짝 헷갈린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키몬의 집은 가난했다. 여동생 엘피니케의 지참금 마련이 어려워 결혼을 못시킬 정도였는데 그런 와중에 키몬과 여동생이 적절하지 않은 관계를 가졌다는(남몰래 산 것이 아니라 대놓고 부부처럼 살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시간이 흐른 후 엘피니케에게 반한 남자가 지참금 없이, 도리어 키몬 집안의 벌금을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엘피니케를 데려가는데 민중은 이를 좋게 보지 않아 쑥덕쑥덕. 어쩐지 근친상간보다 지참금도 못주는 가난을 더 비루하게 보는 것 같달까? 루쿨루스의 경우에도 아내가 오빠와 불륜을 맺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근데 여기도 보다보면 알쏭달쏭 하다. 근친이 아니라 불륜에 더 취중한 소문 같은거다. 그리스 로마 시대 사람들에겐 근친상간, 가난, 불륜 중 도대체 뭐가 제일 추문이었을까?

2. 페리클레스는 가화만사성이 제일 어려웠대요

파르테논 신전 건설로 유명한 페리클레스.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아테네의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인데 정작 가정사적으로는 너무나도 고통이 많았다. 규모있는 경제를 꾸리기 좋아하는 그는 아들 며느리로 하여금 매달 생활비를 타쓰게 했는데 원체 사치스런 애들이라 찔끔찔끔 받는 돈에 불만이 많았다. 부부가 합심해서 아버지 몰래 아버지 친구에게 돈을 꾸고는 갚지 않았는데 내심으로는 언젠가 아버지가 갚아줄 줄로만 알았던가 보다. 친구 또한 페리클레스를 보고 빌려준 돈이었던만큼 페리클레스가 갚아주기를 바랬지만 딱 잘라 거절. 아들도 며느리도 친구도 페리클레스의 원수가 됐다. 좀스러운 아버지에게 화가 난 아들 크산티포스가 아버지의 추문을 내고 다녔다. 페리클레스가 자기 아내를 간음했다는 비방부터 친구들과 나눈 좀 말이 안되는 철학적 대화 같은 것을 떠벌리고 다니니 페리클레스가 망신당한 것은 당연지사. 큰아들이 죽는 그날까지도 둘은 화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식복이 얼마나 없는지 남은 자식들도 전염병으로 사망했는데 그때문에 자신이 발의했던 법안 "사생아에게 시민권을 주지 말자"를 철회해달라는 성명을 낸다. 적손이 죽어 혈통이 끊어지게 생겼으니 자존심이고 뭐고 가릴 군번이 아니었던거다. 특이한 건 이에 대한 아테네 시민들의 결정이었다. 당시 아테네 시민들은 페리클레스가 겪는 고통을 인과응보라 보았는데 부탁을 하는 것도 남자다운 일이고 부탁을 들어주는 일도 남자다운 일이라며 이 청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안타까운건 시민권을 얻은 그의 사생아조차 뒷날 민중의 손에 죽었다는 거 /_ \

3. 화비우스 막시무스, 내향인이지만 성공했습니다

아이가 조심스런 성격에 얌전해서 걱정이라면 화비우스 막시무스를 보자. 그는 어린 시절 행동이 굼뜨고 기가 약해 매번 친구들에게 굽히고 복종하는 바람에 바보라고 놀림받았다. 아참, 공부도 못했단다. (공부를 힘들어했다는 표현을 공부를 못했다로 해석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훗날 그의 성향에 대해 민중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정력이 부족해 보인 것은 격정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었고, 조심스러운 성격은 신중함 때문이었고, 굼뜨고 행동력이 부족한 성향은 그가 일관된 확신 속에서만 움직였기 때문"(p196)이라고. 작은 가슴에 큰 꿈을 키우고 있었던 그 시절의 참된 내향인! 참고로 글레디에이터 막시무스와는 다른 인물이다. 영화 속 막시무스는 마음대로 말을 탈 수 있었지만 화비우스 막시무스는 한니발의 침략 때 독재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전쟁에서 말을 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원로원에 요청해야만 했다. 로마의 고대 법령에 따르면 사령관은 말을 타는 게 금지되어 있다나 뭐라나.

4. 니키아스, 후퇴가 먼저냐 제사가 먼저냐 그것이 문제로다

니키아스 편에서는 해방된 노예랑 소크라테스가 받은 예언이 제일 인상 깊다. 니키아스는 웅변술 등 남을 사로잡는 재능은 부족했지만 대신에 돈이 많아서 공연 같은 행사를 많이 여는 것으로 민중들의 환심을 샀는데 이때 그의 노예가 펼친 공연을 보고 아테네 시민들이 엄청 좋아했단다. 노예가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기고! 앳되었는데 합창 대회에서 노래도 아주 잘해 니키아스 감탄 또 감탄. "이와 같은 재주를 타고난 사람을 노예로 살게 내버려 두다니 내가 신성을 그르쳤구나."(p246) 라며 니키아스는 노예를 해방시켜준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읽다 보면 느끼는건데 그리스도 로마도 완전 외모지상주의 사회였던 것 같다. 니키아스 편에서 아는 이름이라고 더 반가웠던 소크라테스도 등장한다.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소크라테스는 늘 영험한 예언을 받곤 했는데 니키아스의 시칠리아 전투가 폭망해 아테네가 멸망한다는 예언을 듣고 주위에 소문을 냈다고. 미신에 특히 맹목적인 니키아스는 철수해야 하는 시점에 월식을 보고 제사를 지내야한다며 어영부영 때를 놓쳐버렸고 결국 소크라테스의 예언(?)대로 되고 말았다.

5. 인간 오디오북, 이솝은 암기 천재? 스파르타쿠스도 실존인물?

크라수스에게는 재능 있는 노예가 많았는데 그 중에는 책을 읽어주는 노예도 있었다. 당시 귀족들은 책을 읽기 귀찮아 노예로 하여금 유명한 책을 암기하도록 해서 필요할 때면 암송을 시켰단다. 우리가 잘 아는 이솝(아이소포스)가 바로 그런 책 읽어주는 노예였다. (그가 크라수스의 노예였던 건 아니다;;) 나는 여태 책을 보면서 읽어주는 노예를 상상했는데 알고 보니 이솝은 암기 천재형 인간 오디오북이었던 것! 앞으로 오디오북을 들을 때면 내가 귀족적인 삶을 사는 중이구나 좀 감탄해 주도록 하자. 크라수스는 드라마로도 재현된 "스파르타쿠스" 노예 반란을 제압한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마는 안봐서 모르겠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스파르타쿠스는 승리에 몰두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노예들을 설득해 얼른 해산하기를 바랬고 아내와 함께 로마를 떠나고 싶어했지만 승리에 도취된 다른 노예들의 협박에 전투를 멈출 수 없었다. 전진 또 전진 승리 또 승리하는 그런 환상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수십 명의 로마 전사에게 둘러싸인 그는 실라루스 강가에서 장렬하게 사망했다.

6. 알키비아데스, 짜릿해, 늘 새로워, 잘 생긴 게 최고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2권을 통틀어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은 알키비아데스다. 소크라테스의 반려? 연인? 제자? 로 유명한 그는 소년시절, 청년시절, 성년 이후까지 계절마다 피는 꽃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단다. 여자처럼 옷을 입고 혀짤배기소리를 내는데도 매력적이라고 칭송이 (때때로 빈정거림을 동반하긴 했으나) 자자했을 정도. 소크라테스와 함께 전쟁에 나간 적도 있었고 (대박, 소크라테스 쩔어) 젊어서는 창녀의 집을 제 집 드나들듯 해 이혼을 당할 뻔도 했지만 법정에 출두하는 아내를 알키비아데스가 집으로 끌고 가는 바람에 이혼은 성립되지 않았다. 당사자가 법정에 안가면 이혼이 안되는 구조였는데 플루타르코스의 말에 따르면 이런 법이 제정된 건 남편으로 하여금 아내를 붙잡을 기회를 한번 더 주려던 것이라고. 앞서 거론한 니키아스와는 상당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시샘하고 질투하는 사이였는데 이때의 갈등과 암투를 시작으로 알키비아데스의 정치 인생이 복잡다단해진다. 그는 민중으로부터 두 번 버림받았으며 그때마다 스파르타와 그 밖의 나라들 편에 서서 조국에 칼을 들이밀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 외모로 주목받고 점수를 땄지만 끝은 좋지 않았다. 스파르타에서도 왕비랑 간통해 애를 낳는 바람에 칼침 맞을 위기에 처했다. 알키비아데스의 죽음에는 30인의 참주들이 보낸 암살자 때문에 사망했다는 썰과 명문가의 딸을 겁탈하는 바람에 오빠들이 밤중에 그의 집에 불을 질러 사망했다는 썰이 있다.

7. 술라, 가난한게 죄야?

로마 시대에는 부모의 재산을 탕진한 자도 비난 받았지만 부모의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된 사람도 비난을 받았다. 술라는 후자였다. 정직한 사람이 어떻게 돈을 모으겠냐는 것인데 평판이야 어찌됐든 술라는 부유한 평민 아내와 계모가 남긴 유산으로 살림이 윤택해졌다. 중국에서는 붉은 얼굴의 관우를 대추 같다고 표현했는데 로마는 술라의 붉은 얼굴을 오디를 박아놓은 것 같다고 표현한다. 로마의 특이한 작명법은 술라에게서도 나타나는데 그 시절에는 마지막 이름 글자에 인물의 외모, 성격, 가정사, 업적 등의 특징적인 내용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단다. 절름발이, 술주정뱅이, 배불뚝이 같은 거? 술라라는 이름에는 얼굴이 붉다 내지는 여드름이 많은 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술라보다 앞에 등장했던 코리올라누스는 코리올리 침략 전쟁에서 승리한 후 마지막 이름을 얻었다. 쓰다 보니 오디도 먹고 싶고 사과대추도 먹고 싶고..는 아무말 대잔치 중 ㅋㅋㅋㅋ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무슨 사랑과 전쟁처럼 읽고 있다. 역사책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거야?

사람들은 일시적인 격정이나 그 당시의 정치적 요구 때문에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한다. 이럴 경우에 우리는 그러한 결함이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실수일 뿐이지, 그 인간의 심성 밑바탕에 깔린 천박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우리는 역사를 기술하면서 그런 실수들을 너무 열정적으로 묘사하거나 필요 없는 이야기까지 덧씌워그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인간의 본성을 부드럽게 감싸듯이 다루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절대적으로 선량하거나 명백한 덕망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키몬, 2, p18)

플라톤은 키레네처럼 부족함 없이 사는 곳에는 법을 만들어 주기가 매우 어렵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잘 사는 부족에게 법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 통치는 없다. 달리 말하면, 불행으로 말미암아 어렵게 살고 있는 종족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은 없다. (루쿨루스, 2, p54)

언젠가 루쿨루스는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 식사가 한 가지 요리로 간단히 준비되어 있었다. 화가 난 그가 식사를 담당하는 노예를 불러 꾸짖었다. 그러자 노예가 말했다. "별다른 손님이 없을 때도 비싼 요리를 차려야 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에 루쿨루스가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가? 너는 오늘 루쿨루스가 루쿨루스를 초대하여 식사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냐?" (루쿨루스, 41 ,118)

신의 존재가 영원하듯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도 영원할 것입니다.

(페리클레스 사모스 전쟁 전몰장병 위령 연설에서, p131)

어떤 작품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고 해서 반드시 그 작가까지 존경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페리클레스, 2, p133)

그가 세운 건물에는 영원히 새롭게만 여겨지는 꽃다움이 있다. 세월의 때가 묻지 않은 것처럼, 나이를 잊은 영혼의 흔들리지 않는 숨결이 배어 있다. (페리클레스, 13, p153)

나 자신만의 위대한 업적이 무엇이냐고?

그것은 바로 아테네 시민들 가운데 나 때문에 상복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는 점일세. (페리클레스, 38, p190)

죽음이 무섭기야 하지만, 나를 위해 죽어 가는 부하들을 버리고 갈 정도는 아니다. (크라수스, 25, p335 / 크라수스의 아들 푸블리우스가 파르티아와의 전투에서 한 말, 이후 작별인사 없이 부하들과 헤어진 후 경호원에게 자신을 찌르라고 지시를 했다.)

누구도 분노로 말미암아 우아하 대가를 받을 수는 없다. (알키비아데스와 코리올라누스의 비교, 플라톤의 제자 디온의 말, 2,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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