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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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햄프셔주 얼턴시의 변호사 앤드류 포레스터를 내 재산의 집행자로 임명하며,

몇 가지 예외를 제하고 현재 영국 내에 살아 있는 가장 가까운 남자 친척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한다.(p239)

이거 혹시 오만과 편견 혹은 제인 오스틴의 또다른 소설 속의 문장인가 싶으실 거에요.

가장 가까운 남자 친척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한다니 너무 익숙한 설정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유언장이 1832년도 아닌 1932년도에 쓰여져서요.

10년도 더 후에 폭탄 같이 공개가 되버립니다.

햄프셔주, 초턴, 1946년 1월 15일, 영국의 그레이트 하우스에서 말이지요.

초턴 그리고 그레이트 하우스, 제인 오스틴 팬에겐 꽤 익숙한 지명이지요?

제인 오스틴이 생에 마지막 불꽃을 피우며 작품을 썼던 곳이자 작가의 오빠가 살았던 곳이랍니다.

설득에서도 앤의 동생 메리의 시부모님 댁으로 그레이트 하우스가 등장했어요.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시절처럼 한사상속법이 남아있던 시기도 아니건만

제임스 에드워트 나이트는 하나뿐인 딸 프랜시스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 합니다.

독자인 제 눈에는 어디로 어떻게 봐도 딸에 대한 심술 같아요.

총기 사고로 사망한 아들을 제외하면 유일한 상속자이건만 결혼도 안해 애도 안낳아

꼴도 보기 싫은 제인 오스틴의 망령과 팬을 위해 기념관까지 설립할 계획을 아비 몰래 세우다니

내가 왜 재산을 물려줘야 하냐 고생 좀 해보라며 유언장을 싹 갈아치워버린거지요.

일평생 살아온 제 집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한 프랜시스.

아버지로 인해 사랑이 좌절된 후 집에 매인 유령처럼 살아왔건만 하늘도 무심하시죠.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은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의 회원들이 프랜시스를 위해 똘똘 뭉쳐요.

여기서 잠깐! 성격도 성별도 직업조차 다양한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의 회원들을 소개할게요.

애덤 :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발족을 처음 주장한 인물이에요.

1차 세계대전으로 두 형을, 병으로 아버지를 여읜 후 자존감을 깎아먹는 성격 괴팍한 노모와 살고 있어요.

책 읽는 건 좋아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요.

어느 날 아름다운 미국 관광객의 강력 추천으로 오만과 편견을 읽고 제인 오스틴 월드에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박사 그레이 : 초턴의 로맨틱가이, 능력있는 꽃미남 의사에요.

아내와 사별 후 혼자 사는 그레이 박사에게 온마을의 여심과 관심이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

그런 박사가 유일하게 관심을 주는 여성이 초턴에 처음으로 부임한 여교사, 애덜린이에요.

누가봐도 빤한 분홍분홍한 박사의 마음을 본인만 모르는 얄궂은 상황에 빠져있어요.

에덜린 : 초턴에서 태어나 자랐구요.

대학을 졸업한 후엔 초턴의 선생님으로 부임해 고향으로 돌아와 소꿉친구와 결혼합니다.

고작 일주일도 안되는 신혼생활 후 전장으로 떠난 남편이 사망하고 뱃속의 아이마저 잃고 말아요.

깊은 절망에 빠져 있던 에덜린은 제인 오스틴 소설의 문고판을 재독하며 절망에서 일어서는 중이에요.

미미 : 본명은 메리 앤,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에요.

서른 중반을 넘겨 이제는 치고 올라오는 젊은 배우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숙명에 놓여있지요.

20대에 홀로 초턴을 여행할만큼 제인 오스틴 작품을 사랑합니다.

자살한 아버지가 유일하게 웃으며 읽었던 책이자 매일 밤 딸에게 읽어준 책들이거든요.

나쁜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사업가 잭에게 육체적으로 끌리고 있어요.

결혼 선물로 그레이트 하우스를 선물하려는 잭 때문에 다시금 초턴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레이트 하우스의 상속녀 자리를 내주게 된 프랜시스,

프랜시스의 동창생이며 나이트 가의 변호사인 앤드류,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으로 하녀 일을 하고 있는 십대 소녀 에비,

그 밖에도 더 많은 소사이어티 회원들이 있지만 인물을 다 설명하다 보면 스포가 될 수 있어 패스패스!

제게는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가 아름다운 웨딩 케이크 같았어요.

다양한 인물들의 알록달록 설레는 사랑들이 웨딩케이크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에 설렘 폭발.

나름 반전 로맨스까지 구축하여 독자의 입에서 꺄악! 놀람과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답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두고 나누는 인물들의 대화도 정말 좋구요.

그들이 뿜어내는 작품에 대한 애정에 함께 흐뭇해져요.

전쟁의 포화에 가족과 연인을 잃지만 그럼에도 계속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생존자들의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인 오스틴 식으로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점도 감동적이에요.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설득, 노생거 수도원, 에마, 맨스필드파크.

제인 오스틴의 완성작 여섯 권 중 앞의 세 권 밖에 안읽은 독자인데 남은 세 권도 얼른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제인 오스틴의 매력을 모르는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시작으로 하나씩 찾아읽으시면 좋겠어요.

우리 다 같이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의 회원이 되어보자구요💕

 

 

그런데요. 제인 오스틴 소설도 꼭 읽어보세요.

일단 <오만과 편견>을 시작하시고, 그 다음엔 <에마>를 읽어보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거든요.

남 일에 과감하게 나서길 좋아하면서 정작 본인 일엔 눈치가 없는 여자가 주인공이에요.

제발 한번 읽어보시면 안될까요? (p18)

 

+ 하빌리스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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