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읽고 있는 요즘 제 관심은 온통 그리스로마에 쏠려있어요.

그 관심을 충족시키다 못해 마구마구 증폭시켜주는 책을 만났는데요.

이상록 아티스트의 <로마 시티>, 부제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입니다.

부제를 증명하듯 <로마 시티>에는 세기 벅찰만큼 어마어마한 수의 삽화가 실려있어요..

일러스트 작업을 외주 주지 않고 모두 이상록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완성한 작품들이에요.

일러스트레이터, 아트디렉터, 게임 컨셉 아티스트, UI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쌓은 실력을

여기 <로마 시티> 속에 모조리 쏟아부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삽화들이 방대합니다.

인물, 건축물, 거리 풍경, 명화, 지도, 유적, 보물 등 이상록 아티스트의 손을 거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특별해서요.

글자를 접하기 전에 그림만 봐도 가슴이 뛰더라구요😍🥰

그렇다고 일러스트만 예쁘다고 생각하심 그건 오해, 로마 오산입니다.

2700년 역사를 개괄하며 들려주는 로마의 흥망성쇠가

단 1초 단 1분도 지루하지 않고 읽는 내도록 흥미진진했어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제외하고] 여태 읽은 모든 로마사 책 중 가장 재미있습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해해 주세요, 저 지금 그 양반한테 완전히 빠져있어서요.

가독성으로만 본다면 인정! <로마 시티>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보다 한 수 위입니다.

실은 두 수.. 아니 세 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엔 일러스트가 없으니까요🙄😁

1백년도 5백년도 아닌 2700년이라는 시간을 작가님이 대략 580 페이지로 줄였는데

그걸 다시 줄여서 손바닥 하나만한 줄거리로 요약할 엄두가 안나요.

대신에 리뷰 쓰는 지금 딱 기억나는 장면 세 가지랑 작가님의 색다른 관점 하나만 정리할게요.

첫 번째는 카이사르는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거에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브루투스전에서 이 말을 엄청 찾았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보였거든요.

알고 보니 셰익스피어가 <줄리어스 시저>를 쓰면서 극의 재미를 위해 이 대사를 만든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브루투스 너마저"가 보고 싶은 분들은 로마사 책이 아니라 셰익스피어 선집을 찾아보시길 바래요.

아참! 스파르타쿠스 최후의 이야기로 알려져있는 노예들의 동시다발 "내가 스파르타쿠스요!" 또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 <스파르타쿠스>를 제작하며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래요.

전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일어나 자신이 스파트라쿠스라고 자백하는 장면이 참 감동적인데 실화가 아니라니 아쉽죠?

두 번째는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를 품은 폼페이의 모자이크입니다.

메멘토 모리를 뜻하는 해골이 양손에 포도주 병, 즉 까르페 디엠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요.

죽음을 잊지 말되 오늘을 즐겨라는 로마의 정신을 폼페이의 모자이크,

그것도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만나는데 어쩐지 울컥하더라구요.

우리 진짜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살아요😝🤩

세 번째는 세계사 TOP 5에 들어갈만한 폭군 네로 황제에 대한 이야기에요.

로마에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들고 노래를 불렀다는 스토리가 지금 봐도 충격적인데

실제로는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피해지역으로 달려가 소방 작업을 지휘했다고 합니다.

이재민을 위해 황궁도 개방하고 지원과 재건 조치도 신속했는데 왜 이런 소문이 붙었는고 하면,

1차적으로는 어차피 불난 김에 녹지 공간 좀 조성해보자며 공용호수와 정원을 만든 게 실수였더라구요.

하필이면 이름도 황금 궁전인 공관건물을 지었으니 사람들이 열이 받겠습니까 안받겠습니까😱😭

2차적으로는 바빌론이 악명 높은 도시로 남은 것과 좀 유사한 이유에요.

베드로와 바울의 순교와도 관련된 기독교 박해 때문에 이후 그리스도 사회에서는 네로가 용납 못할 군주였던거죠.

기록말살형에 처해져서 기념물, 조각상, 공식문서, 비문 등이 모조리 파괴되었는데요.

네로가 물론 모친도 죽이고 아내도 죽이고 미친 짓을 많이 했던 건 맞는데

그렇게 따지면 친아들, 아내, 장인까지 죽인 콘스탄티누스나 그리스 주민 7천명을 학살한 테오도시우스는

왜 여전히 대제로 칭하느냐 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님 때문에 저도 네로를 새롭게 보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로마 제국의 빵과 서커스 얘기도 빼먹으면 안될 것 같아요.

시민으로 하여금 먹거리 걱정없이 정치에는 최소한의 관심만 기울인 채

대부분의 에너지를 각자의 쾌락을 위해 쓰게 만드는 사회가 정말로 나쁜 게 맞는가.

로마제국이 빵과 서커스로 시민들의 정치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고 한결같이 비판하는데

그래서 빵도 서커스도 없었던 중세 천 년 동안의 사람들은 그만큼 정치에 관심을 쏟았는가.

중세 사회가 로마 보다 더 발전한 사회였다고 볼 수 있는가 역으로 질문을 던지더라구요.

정답이 있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이런 류의 관점, 시각이 모두 신선했어요.

로마 시티를 읽느라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잠깐 멈춤한 상태인데요.

남은 4권과 5권을 마저 읽으면서 로마 시티 속의 이야기와 풍경과 사람을 찾으면서

이상록 작가님의 관점과 플루타르코스의 관점을 비교하며 로마에 대해 계속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병렬독서 정말 최고죠?


+책과함께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