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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6/pimg_7464421723260644.jpg)
인형에 사탄의 영혼이 씌이는
처키나 애나멜 같은 소설을 생각했던 나는
너무나 옛날 독자였다.
토끼, 두더지, 까마귀, 판다, 용, 부엉이.
겉모양이야 뭐가 됐든 세 개의 바퀴를 달고
양쪽 눈에는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는
반려인형들에 접속하는 건 사탄이 아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까지
연령도 국적도 성별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다.
반려인형의 이름은 켄투키.
접속자들의 부캐랄까?
1. 켄투키를 원하는 사람이 인형을 산다.
2. 켄투키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서버를 산다.
3. 각기 인형과 서버를 켠다.
4. 통신망 복불복으로 켄투키의 앱이 연결된다.
5. 한번 결정된 켄투키는 변경이 불가하다.
6. 동거 시작,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둘 다 비용을 지불하되 한쪽은 보여주고
한쪽은 볼 수만 있는 제한적인 관계다.
앱에 접속한 건 사람이지만 기능에 한계가 있는 인형이라
켄투키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뿐이다.
보는 것, 바퀴로 움직이는 것.
반려동물 대신 반려인형이라지만
아니 정말로 이런 걸 원한다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6/pimg_7464421723260646.jpg)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켄투키가 되는 쪽이 훨씬 안전해 보이지만
사생활 공개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남이 양치하고 샤워하는 모습을 보겠다고
졸졸 쫓아다니는 사람도 딱 그만큼 존재하는 모양이고.
물론 그래야 진행되는 이야기들이지만.
시작부터 공포스럽다.
얘네 왜 이래!! 라는 생각으로 덜덜덜.
여자 아이 셋이 켄투키에게 자기 가슴을 내보인다.
화장실에서 찍은 동급생의 몰카도 공개한다.
켄투키는 어차피 자신들을 모르니까
이까짓 보여주는 것쯤 겁날게 없다는 거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각처럼 켄투키는 아무 것도 모를까?
켄투키는 알파벳이 배열되어 있는 심령술판을 빙글빙글 돈다.
"ㄱ ㅐ ㄱ ㅏ ㅌ ㅇ ㅡㄴ ㄴ ㅕ ㄴ ㄷ ㅡ ㄹ"
"ㄴ ㅓ ㅎ ㅡ ㅣ ㄴ ㅡ ㄴ ㄴ ㅐ ㄱ ㅔ
ㄷ ㅗ ㄴ ㅇ ㅡ ㄹ ㅈ ㅜ ㄹ ㄱ ㅓㅅ ㅇ ㅣ ㄷ ㅏ"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6/pimg_7464421723260647.jpg)
이후로도 등장하는 많은 켄투키 조종자와
켄투키 소유주의 관계가 일상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한다.
켄투키가 폭탄테러를 일으키고 비행기를 납치하고
초고층 엘리베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추락시켰으면
이만큼 무섭지는 않았을텐데.
그건 정말 넘 소설 같으니까.
리틀 아이즈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은
더할 나위 없이 현실적이고 소소한 방식으로
범죄와 연결되고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공포를 자극한다.
머지 않은 미래에 이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긴장된다.
이런 인형이 나와도 나는 절대 안사야지.
소설 속에선 판매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지만
부디 아무도 사지 않기를.
프랑켄슈타인의 결말을 아는 독자라면 더더욱
이런 존재는 거부해야 한다.
시작과 결말의 공포가 쫀쫀하고 거세다.
끝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으로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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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만큼인지 아닌지는 리뷰보다는
책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별점을 높게 주진 않았지만
소재는 새롭고 메시지는 강렬하며
인상적인 이미지를 남기는 작가다.
<창비 지원 도서입니다>